무보·수은 수출금융 및 ODA·EDCF에도 확대될 듯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송정은 기자 = 정부가 수출금융의 틀을 새로 짠다.
글로벌 수출·수주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전략산업을 전폭 지원하면서도, 사실상 기업의 무임승차에 가까웠던 방식에서 벗어나 일정 부분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가칭 '전략수출금융기금'이 그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조만간 관계부처 및 업계와의 조율을 거쳐 전략수출금융기금의 구체적인 설립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는 전략산업 수출·수주를 뒷받침하기에는 기존 정책금융으로 한계가 뚜렷한 현실을 고려한 조치다.
최근 폴란드와 대규모 방산 계약을 체결하고도, 수출금융의 난관에 봉착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초대형 장기 계약이 이뤄지는 방산, 원전, 플랜트 등에는 별도의 정책금융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별 한도, 계약기간, 상대국 신용등급 등을 고려해야 하는 기존 정책금융으로는 방산, 플랜트 분야를 충분히 지원하기 어렵다"며 "기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을 보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익공유 개념을 반영하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행 정책금융에서는 수출기업의 리스크가 사실상 '제로'다. 대한민국의 수출시장을 넓히는 차원에서 정부 지원의 당위성이 있지만, 전략산업 분야의 계약 규모가 '눈덩이'로 불어나면서 특정 민간기업이 어디까지 수혜를 누릴 수 있느냐는 문제를 간과하기 어렵게 됐다.
가령, 대규모 폴란드 방산수출 계약에 정책금융을 제공한다면, 무기수입국인 폴란드에 구입대금을 초장기·저금리로 빌려주는 구조다. K-방산을 육성하는 긍정적 정책 취지에 따라 국내 방산업체들은 사실상 세금 지원을 받아 구매처를 확보하는 셈이다.
다른 당국자는 "유럽의 방산 회사들도 대규모로 정책금융을 지원받지만 대부분 국영이거나 정부 지분이 많은 업체라는 점에서 사기업 중심의 우리나라와는 구조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전략산업 중심으로 정책금융을 전폭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이익공유 개념을 가미함으로써 이러한 무임승차 논란을 줄이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이에 따라 정책금융의 수혜를 입은 기업이 수익의 일정 부분을 하청업체들을 비롯한 해당 생태계에 환류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익공유 개념은 기존 정책금융에도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수출입은행(수은)의 수출금융뿐만 아니라, 유상 원조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비롯한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해 기업 이익을 얻었다면, 일부 공유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ju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