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때 한미워킹그룹, 남북협력사업 발목 잡았다 인식…통일부, 참여에 '미적'
美의 한국에 대한 대북정책 '속도조절' 창구될까 우려…외교부 "워킹그룹과 달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이번 주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외교당국 간 대북정책 공조회의를 두고 통일부 내에선 우려 기류가 역력하다.
한미는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수석대표로 해서 이르면 오는 16일 정례적 성격의 첫 대북정책 공조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의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자리인 만큼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 관계자도 한국 대표단 일원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작 통일부는 참여에 미적거리는 분위기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 참여에 관한 질문에 "현재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이 회의에 대한 통일부의 불편한 감정은 정동영 장관의 발언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외교부가 한미 간 정례적 성격의 대북정책 공조회의 추진 계획을 밝힌 이튿날인 지난 10일 정동영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정책,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고,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취재진에게도 외교 당국 간 정례협의체는 "팩트시트, 그리고 한미관계에 관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간 논의는 통일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북핵협상 수석대표가 외교부 소속인 정연두 본부장이고, 북핵 대응이 한미의 대북정책 공조의 핵심 의제라는 점에서 외교당국 간에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도 정 장관이 이렇게 주장하는 배경에는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가 2018년 신설됐다가 2021년 논란 속에 종료된 '워킹그룹'의 부활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워킹그룹이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제재 문제를 신속하게 조율하는 창구로 기능하길 기대했지만, 실제론 미국이 남북협력사업을 심의하는 기구로 역할하면서 장애물로 작동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북이 2018년 항인플루엔자 약물 타미플루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합의했지만, 워킹그룹이 운반 트럭의 제재 위반 여부를 따지다가 결국 무산된 일이다.
논란 속에 2021년 6월 한미 워킹그룹은 종료됐는데 당시 외교부는 "워킹그룹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는 데 대해 한미가 공감했다"고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내년부터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대북정책 공조회의가 당시 워킹그룹처럼 자칫 미국이 한국에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게 통일부의 우려로 보인다.
외교부도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대북정책 공조회의가 과거 운용했던 워킹그룹의 형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김연철 전 장관은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례적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가 실제 운영 과정에서 사실상 워킹그룹의 부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 정책 집행 당국, 특히 대북정책 실무진 사이에 상당한 시각차가 노출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외교부가 미국 대사대리가 이끄는 대표단과 대북정책 정례 협의체를 가동하는 것이 실익을 가져올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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