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가 한국 수능 영어 난이도를 집중 조명하며 "어렵기로 악명 높다(notoriously difficult)"고 말했다.
올해 수험생들 사진 / 뉴스1
BBC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한국의 혹독한 대입 시험인 수능의 영어 영역은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며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미친 것 같은(insane)' 수능 영어시험 문제에서 비롯된 혼란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번 수능에서 논란이 된 34번과 39번 문제를 상세히 소개했다. 34번은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법철학과 관련해 적절한 문장을 선택하는 문항이었다. 39번은 비디오 게임 참여자가 가상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을 다룬 지문에서 문장의 위치를 찾는 문제였다.
BBC는 해당 지문들을 기사에 그대로 실으며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다면 문제를 풀어보라"며, "학생들 사이에서 '고대 문자를 해석하는 것 같다' '미친 수준'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매체는 "많은 이들이 여러 지문의 문장 구성 방식을 비판했다"며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끔찍한 글쓰기" "책에서 맥락을 떼어낸 발췌문이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구체적인 비판 내용도 소개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34번 문제를 두고 "잘난 척하는 말장난" "형편없는 글"이라는 반응이 나왔다"며, 정채관 인천대 교수는 교사들이 영어를 가르치기보다 문제 풀이 요령을 주입하게 만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한국 수능 영어 난이도를 집중 조명하며 "어렵기로 악명 높다(notoriously difficult)"고 말했다. / BBC 홈페이지 캡처
BBC는 한국의 수능 제도에 대해 "대학 진학뿐만 아니라 취업, 소득, 미래 인간관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악명 높은 8시간짜리 마라톤 시험"이라며, "많은 10대가 이 시험을 위해 평생을 준비하고, 일부는 네 살 때부터 사립 교육기관인 학원에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능은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행사로, 시험이 치러지는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활동이 멈춘다"며 "최적의 시험 환경 조성을 위해 건설 공사나 항공편 운항, 군사 훈련이 중단된다"고 전했다.
BBC는 평가원장 사임 배경도 짚었다. 매체는 "1993년 첫 수능 시행 이후 12명의 수능 위원장 중 3년 임기를 다 채운 건 4명뿐이다"며 "대부분 시험 문제 오류 때문이었고 난이도 문제로 사임한 건 오 원장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오승걸 원장은 지난 10일 수능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2026학년도 수능 영어는 1등급 비율이 2.95%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큰 논란을 빚었다. 평가원은 1등급 비율 목표치를 4~5%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이에 크게 못 미쳤다.
평가원은 이번 사태 이후 수능 출제 과정 전반에 대한 재점검에 나섰다. 난이도 조절 시스템 개선과 함께 출제위원 선정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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