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학자 총재의 가평 천정궁 금고에서 무려 280억 원 규모의 현금과 외화가 발견되면서 정치권 로비 자금 의혹이 연일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 총재 측은 선교 자금이라 주장하지만 출처와 용도가 불투명해 경찰 특별수사팀의 본격 수사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12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7월 18일 경기도 가평군 천정궁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학자 총재의 개인 금고 여러 곳에서 엄청난 규모의 현금 뭉치를 발견했습니다. 한 총재의 옷방에 설치된 금고에서는 현금 30억 원과 일본 엔화 2억 엔이 확인됐으며, 침실 금고에서는 현금 30억 원에 더해 미화 1,310만 달러가 쌓여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은행이 발급한 '관봉권' 형태로 포장된 5,000만 원 묶음 세 다발도 포함돼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관봉권은 금융기관을 통해 대량으로 유통되는 현금으로, 2023년과 2024년에 납품된 신권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현금들을 모두 환산하면 28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천정궁은 통일교의 정신적 중심지로 불리는 곳입니다. 교단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와 한학자 총재 부부를 상징하는 이 장소는 통일교 신도들에게 성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 곳에서 교단의 공식 재정과는 완전히 별개로 운용되는 거액의 현금이 발견된 것입니다.
당시 특검은 압수수색 영장의 혐의 범위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이 현금을 압수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추가 조사의 필요성을 느끼고 한 총재의 금고를 관리하는 인물을 소환해 자금의 형성 배경과 사용 경로를 집중 추궁했습니다. 통일교의 위계 구조상 한 총재의 승인 없이는 어떠한 자금 집행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금고 관리인의 진술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특검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전 재정국장 등 여러 교단 관계자를 조사하면서 구체적인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한 총재가 직접 쇼핑백에 현금 1억 원을 담아 전달했으며, 2022년 2월 권성동 의원이 천정궁을 찾아 한 총재에게 경배를 올리자 기뻐하며 선물 가득한 쇼핑백을 건넸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진술들은 천정궁 금고의 현금이 여야 정치인들에게 전달되는 정치자금의 저수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금고 관리 책임자는 조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모른다'는 답변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금고는 한 총재와 정원주 비서실장의 지시로만 열 수 있다"며 "장부를 따로 작성하지 않아 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고, 어떤 정치인이 방문했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특검 측은 이 관리인이 교단으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조사를 받기 전 통일교가 선임한 법무법인 변호사들과 약 1시간 동안 사전 회의를 했고, 조사 당일 통일교 관계자가 그의 휴대전화를 보관해주겠다며 가져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특검은 한 총재 개인 금고 자금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특검법상 수사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해 직접 수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과 관련 증거에 내사 사건 번호를 부여해 사건 기록을 정리한 뒤,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에 모든 자료를 이첩했습니다.
23명 규모로 구성된 경찰 특별수사팀은 출범 직후부터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출범 이틀 만에 윤 전 본부장을 직접 접견했으며, 그가 진술한 5명의 정치인 가운데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사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수수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수사팀은 가능한 한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정치인들을 순차적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천정궁 금고에서 발견된 현금의 정확한 출처와 구체적인 사용처도 규명의 초점이 될 전망입니다.
다만 수사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통일교 측이 조직적으로 윤영호 전 본부장의 단독 범행으로 사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자금 추적이 쉽지 않은 현금 거래라는 점도 수사의 걸림돌입니다.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정치인들은 모두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윤 전 본부장마저 최근 권성동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제 의도와 전혀 다르다"며 "그렇게 진술한 적 없다"고 태도를 바꾸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학자 총재는 현재 정교유착 의혹의 중심에 서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구속집행정지 연장이 불허돼 구치소에 재수용되기도 했습니다.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어, 280억 원 금고 자금의 실체가 밝혀질 경우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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