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9월부터 금지 법안 의회 통과…정부 "아동 권리 보호 위한 것"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오스트리아가 학교 교실 내 여학생들의 머리 스카프 착용을 금지하자 이슬람 공동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 오스트리아 의회는 내년 9월부터 교실에서 14세 미만 여학생의 머리 스카프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4세 미만 여학생들은 수업 시간은 물론이고 쉬는 시간에도 머리 스카프를 착용할 수 없으며,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현장 체험학습은 제외된다.
머리 스카프 금지 조처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어린이의 부모는 150유로(26만원)에서 800유로(138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번 조처는 오스트리아 내 여학생 1만2천명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번 조처가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내세웠다.
클라우디아 플라콜름 오스트리아 통합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11세 소녀의 머리 스카프는 억압의 상징"이라며 "소녀들은 수치심을 느끼고, 왜곡된 신체상과 불안정한 자존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오스트리아 민족주의 우파의 오랜 목표였던 것으로, 최근 머리 스카프 금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중도 성향의 집권 연정이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오스트리아 법원이 이 법을 무효로 할 수도 있다.
지난 2019년에도 오스트리아 의회가 초등학교 내에서 10세 미만 여학생을 대상으로 머리 스카프 착용을 금지하는 법원을 통과시켰으나 당시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가 무슬림 학생을 차별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자 무슬림 공동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오스트리아 내 무슬림들을 대표하는 '이슬람 신앙 공동체'는 이 법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어떤 아이도 머리 스카프를 착용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이는 타협 불가능한 것이다"며 "동시에 어떤 아이도 국가의 금지로 인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실천하는 것이 막혀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오스트리아 인구 중 무슬림 비율은 8%를 넘으며, 종교 집단으로 보면 가톨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인구 집단이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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