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주민당, 청류파는 야당인 민국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 명재이 대통령이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이었다.
때는 대한국(大韓國)의 혼란이 잠시 잠잠해지고, 승상(丞相) 조조(曹操)가 탁류파(濁流派)의 대의를 앞세워 조정의 대권(大權)을 장악하던 시기였다. 조조는 비록 청류파(淸流派)의 힐난과 야유를 끊임없이 받았으나, 백성들의 삶을 다스리는 실용적인 정무에는 추호의 게으름도 없었다.
어느 날 오후, 조조는 학부(學部, 現 교육부)의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문장과 말의 규율이 무너지고 있음(言語紊亂)을 보고받고 크게 탄식하였다. 그는 이는 단순한 언어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공직자의 교양과 나라의 위엄에 관한 문제라고 단정했다.
승상 조조는 보고를 이어가던 학부의 문관(文官)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멈추어라! 짐이 듣기 가장 싫은 말이 있으니, 바로 '저희 나라'라는 구절이다!"
조조는 상을 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卿)은 스스로의 몸을 낮추기 위해 '저희'라는 겸양어(謙讓語)를 쓰는 것이 옳다 하나, 어찌 이 천하 만민의 주권이 담긴 대한국(大韓國)을 '저희'라 칭하며 깎아내리는가? 같은 하늘 아래 한민족이 대화함에 있어 스스로 나라의 위엄을 꺾는 자가 어찌 공직에 머무를 수 있단 말인가! 마땅히 '우리나라'라 칭하여 민족의 자존을 드높여야 할 것이다!"
문관은 조조의 준엄한 기세에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조조는 세간에 잘못 쓰이는 용어 하나를 다시 지적하였다.
"근래에는 마음이 넓은 자를 칭할 때 '대인배(大人輩)'라 부른다지. 이 또한 웃지 못할 지경이다! '소인배(小人輩)'나 '시정잡배(市井雜輩)'에서 알 수 있듯이, 한자 '배(輩)'는 저잣거리의 건달이나 천민을 비하하는 말에나 쓰는 것이다. 어찌 훌륭한 사람을 칭하면서 '저잣거리의 무리'라는 비속어를 갖다 붙이는가! 이는 결국 '훌륭한 불량배'라는 모순된 뜻이 되어 글월을 아는 자에게는 실소만 자아내게 할 뿐이다."
조조는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이처럼 천박한 단어들이 방송과 심지어 경(卿)들이 쓴 공문에도 난무하는데, 아무도 지적하지 아니하니, 이는 최소한의 교양이 무너진 증좌다. 즉시 탁류파(濁流派) 전하에 엄명(嚴命)을 내려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리터러시(Literacy)와 오랑캐의 말
이때, 학부의 문해력(文解力)을 담당하는 한 관리가 외국 문물에 관한 보고를 올렸다. 그가 보고서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 방안'이라는 구절을 읽자, 조조는 붓을 던지며 꾸짖었다.
"또 오랑캐의 말을 쓰는구나! 멀쩡하고 아름다운 우리 한(韓)의 말을 두고, 어찌하여 굳이 저 서역(西域) 오랑캐의 말을 빌어 쓰는가? 공문서에 외국말을 쓰면 유식해 보인다고 착각하는 것이냐? '문해력 강화(文解力 强化)'라 쓰면 될 것을, 굳이 '리터러시'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조조는 한때 청류파(淸流派)의 지지를 받았던 전 황제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의 시대를 떠올리며 비웃었다.
"저 청류파는 겉으로만 고매함을 숭상한다더니, 안으로는 이렇듯 쓸데없는 외래어를 남용하여 말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
'재명과 죄명(罪名)의 비분강개
이때 좌중에 있던 한국고전번역원 원장 종언김이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승상, 소신이 보기에 '대인배' 따위의 잘못된 단어가 만연함은 학생들이 한자를 배우지 아니하여 글자의 참뜻을 모르는 데서 비롯됩니다. 문해력의 근간이 무너진 것입니다! 바라건대 한자 교육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내려주시옵소서!"
종언김이 조조의 눈치를 살피며 한 마디 덧붙였다.
"요즘 젊은이들은 심지어 승상 조조의 존함에 쓰이는 '있을 재(在)'와 '밝을 명(明)'의 뜻조차 잘 모릅니다."
그러자 조조는 이 말을 듣고 크게 폭소했다.
"하하하! 그 말이 옳다! 그래서 어떤 자들은 짐의 이름을 두고 '죄명(罪名)'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않았는가! 이름을 '죄 지은 명분'이라 하니, 필시 청류파나 손권의 잔당들이 짐을 헐뜯기 위해 퍼뜨린 말이 아니겠는가!"
조조는 웃음을 거두고 엄숙하게 말했다.
"이 나라의 근본은 언어에 있다. 언어가 무너지면 사상과 기강이 무너진다. 학부는 즉시 조처하여, 공직 사회에서 불필요한 외래어와 잘못된 어휘를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이는 백성을 가르치는 일의 시작이며, 곧 대한국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이날 조조가 내린 '언어 정도(正道) 확립'의 엄명은 탁류파 전역에 퍼져, 한동안 관가에서는 공문서의 문투(文套)와 어휘 하나하나를 살피느라 밤잠을 설치는 일이 흔해졌다고 한다. 이는 훗날 조조의 엄정한 행정 개혁 중 한 예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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