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측에서 지난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 측은 물론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접근해 여권과 연결고리를 형성하려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이런 구상은 흐지부지 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2일 뉴시스가 확보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확보한 통일교 주요 인사들의 통화 녹음 내용과 수사 기록 등을 종합하면, 특검은 사이비종교로 인식되는 통일교가 정치권을 등에 업고 종교적·사업적·정치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민의힘 측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측에도 접촉한 것으로 의심한다.
윤 전 본부장과 통일교 이 전 부회장의 통화 녹취록과 윤 전 본부장의 아내 이모 전 재정국장이 정원주 전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에게 보낸 메시지 요약본에는 복수의 문재인 정부 당·정·청 핵심 인사 이름이 등장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내각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 측의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등이다.
◆"두 군데 어프로치"…"이종석, 노영민 등 두 라인"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에서는 윤 전 본부장과 이 전 부회장이 이재명·윤석열 후보 측에 접근하는 일종의 '대관' 업무를 총괄했다. 통일교는 같은 해 2월 13일 '한반도 평화 서밋' 행사를 준비하며 여야 양측 대선 후보와 미국 측 유력 인사 간의 대담을 추진했다.
그 해 1월 25일 윤 전 본부장은 이 전 부회장과 통화에서 "여권을 하려면 제가 일전에 이 장관님하고 몇 군데, 두 군데 어프로치(접촉)를 했다"라며 "힐러리(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정도는 될 것 같다. 빨리 입질 오는 게 오바마(전 대통령), 힐러리인데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주)는 피하네요"라고 말한다.
윤 전 본부장이 '이 장관'외에 '어프로치'했던 다른 여권 관계자로 언급하는 인물은 노 전 실장이다. 윤 전 본부장은 이 전 부회장에게 "(노 실장 등에게) 처음에는 2019년 제가 잡상인이었다"며 "그 분들이 연도 만들어 주고 직접 저를 상대 안 할 때도 있겠지만 이렇게 해 주면서 2~3년을 닦아놓은 게 있다"고 설명한다.
통일교의 '서밋' 행사 엿새 전인 그 해 2월 7일 윤 전 본부장은 이 전 부회장과 통화에서 "제가 그 때 이종석, 그 다음에 노 실장님 등 두 라인"이라고 발언한다.
특검의 수사 보고서 중에는 이 모 전 재정국장이 정 전 실장과 나눴던 메시지를 요약한 대목도 있다. 두 사람은 "윤본(윤 전 본부장)은 신통일한국과 국가복귀를 위해 진보와 보수 모두 기반을 닦았다", "진보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청와대 감사, 김연철 (당시 통일부)장관 등과 이재명 대표의 멘토인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까지 연을 만들었다", "보수는 권성동 의원, 윤한홍 의원 등등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과 연을 만들었다"는 내용을 나눴다고 적혔다.
◆통일교 측 "명단을 강선우에, 될 사람은 정진상에"
통일교 측이 강선우 민주당 의원과 정진상 전 실장을 소통 창구로 삼으려 했던 정황도 녹취록에 담겨 있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 25일 녹취에서 "제가 어프로치하는 것은 오바마, 힐러리,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그 다음에 민주당에 제가 몇 명 보여드리겠다"며 "상원하고 해서 미국 자체 인지도가 높은 사람으로 8명을 했다"고 서밋 대담 인사 명단을 말한다.
그러자 이 전 부회장은 "어프로치하고 있는 명단을 저에게 주시면 제가 우리 강선우 의원한테 넘기고"라고 언급한다. 윤 전 본부장이 "명단을 넘겨 봐야 그 사람 다 되는 것도 아니고"라고 우려하자, 이 전 부회장은 "진짜 되는 사람은 제가 정진상 쪽으로"라고 말한다.
다만 윤 전 본부장은 "정진상 강선우 제가 알고 싶지도 않고 그 다음에 제가 여권 쪽 어프로치 한 거는 두 라인이다. 하나는 직접 (문재인 정부) 청와대 라인"이라며 "정진상은 청와대에서 거부한다"라고 평가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이 대통령과 만남을 시도했으나 한학자 총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없는 일로 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녹취에서 윤 전 본부장은 "여권은 제가 두 군데에다 뭐라고 했냐고 하면 이재명 후보하고 나하고 독대를 시켜주라 했다"며 "어느 정도 정리를 해 주셨다. 내가 김혜경 사모 이야기할 때 '굳이 사모를 만나야 합니까'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본부장은 대선을 9일 앞둔 그 해 2월 28일에는 이 전 부회장과 통화에서 "사실은 이재명 쪽에서도 다이렉트(바로) 어머님(한 총재) 뵐려고 전화가 왔다"며 "그런데 어머님 의도야 클리어한데 그걸 다시 우리가 브릿지(주선)하고 이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재명과 독대 요구하다 한학자 '尹 지지'에 없던 일로
윤 전 본부장은 이종석 원장과는 접촉한 적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 이 전 부회장과의 통화에서 '(이 원장이) '한국종교 지형에서는 아직 (통일교는) 마이너다. 이것이 민주당의 공통된 의식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재명 쪽은 (행사에) 안 온다"라고 부연한다.
윤 전 본부장은 같은 해 2월 통화에서도 이 원장, 노 전 실장과 유 전 실장을 두고도 "어프로치 했을 때 '우리 쪽에 정책 쪽으로 보여지게 예방을 하거나 협조를 구하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안 된다', 이게 공식 답"이라며 "4번 제가 어프로치 했는데 똑같았다"고 말했다.
그 해 2월 13일 통일교는 '한반도 평화 서밋' 행사를 열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의 만남을 주선한다. 한 총재는 같은 해 3월 2일 서울 송파구 한 호텔에서 '참부모님 특별집회'를 열어 통일교 간부들이 모인 가운데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것이 특검의 조사 결과다.
윤 전 본부장은 '특별집회' 이틀 전인 그 해 2월 28일 이 전 부회장과의 통화에서 "그래도 다행히 잘 마무리 돼서 모레 집회에서 어머님 의중을 이야기하실 것"이라며 "우리 대내 지도자들도 아마 올 것"이라고 했다.
◆거론된 인사들 "일체 사실 무근…일면식 없다"
윤 전 본부장의 녹취와 특검의 수사 보고서에 언급된 인사들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노영민 전 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일교 측의 면담 요청에 따라 면담을 진행하고 방역에 관해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한 사실 외에 윤영호 전 본부장을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종석 원장은 앞서 10일 의혹이 일자 "지난 2022년 초 통일교 관계자가 지인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며 면담을 요청해와 지인 대동하에 세종연구소 연구실에서 한 차례 만난 바 있다"며 "그러나 그 이후 어떠한 접촉이나 교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연철 전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1년 11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에 대해 토론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주변에 상의했더니, 미국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한국측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는 의견이었다"며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강선우 의원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강선우 의원이 이 둘 간의 대화를 인지하거나 알 수 있는 경로는 없다"며 일면식도 없다고 관계를 부인했다. 지난 2022년 1월 짐 로저스와 이재명 당시 후보와의 화상 대담 사회를 맡기도 했던 강 의원은 '통일교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섭외·날짜·시간이 모두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통지돼 사회자 역할만 수행했다"고 함께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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