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언제나 무언가를 강하게 만든다. 물론 Maron 말고 Night다. 여기서 밤과 강함의 상관관계를 잠깐 짚어보자. 밤의 여왕은? 아리아. 밤에 피는 장미는? 귀곡산장. 밤의 황제는? … 그냥 밤의 황제다. 뭔 말인가 싶을 수 있다. 마지막 질문이 핵심이다.
밤에 강한 메모리는?
RGB가 강렬하면 다들 ‘밤에 강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요즘은 상향 평준화된 시대다. 그래서 진짜 밤의 힘을 보려면 ‘각오’를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제품명에 대놓고 ‘밤’(NOX)을 박아 넣을 용기. 그런 메모리가 있을까? 싶겠지만 물론 있다. ‘녹스’. 라틴어로 밤.
오랜만에 한국 시장에 돌아온 어페이서가 남다른 이름답게 다시 어둠을 밝힐 준비를 마쳤다. 그것도 '찐' 각오로 무장한 상태로 등장했다.
◆ Apacer DDR5-6000 CL38 NOX RGB BLACK 패키지 (32GB(16Gx2))
동작클럭: 6000MT/s
종류: DDR5
램타이밍/전압: CL38-48-48-96 / 1.35V
오버클럭 옵션: 인텔 XMP 3.0(O.C) / AMD EXPO(O.C)
용량: 32GB(16GB x2)
유통: 서린씨앤아이
1. 어페이서 "I will Be Back" 돌아왔다
혼란스러운 메모리 시장이다. DDR5 가격은 마치 가상화폐가 상승하는 것처럼 미친 듯 치솟았고, 소비자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6,000MHz급 고클럭 메모리는 RGB·히트싱크·오버클럭 프로파일까지 얹고도 순정 메모리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지로 등극하는 기묘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브랜드가 조용히 수면위로 등장했다.
어페이서(Apacer). 어디서 들어봤음 직한데 딱히 생각나지 않을 만큼 필시 존재감은 없는 오래전 추억의 브랜드였다. 초창기 조립 시장에 잠깐 등장했다가 희미하게 사라졌고, 이후로는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종종 얼굴을 비추는 정도였기에. 하지만 산업용에서는 검증받은 브랜드다. 단지 한국의 소비자에게만 흐릿한 기억으로 존재한다.
그런 어페이서가 다시 한국 시장에 돌아왔다. ‘한 번 더 도전해보자’ 라는 수준을 넘어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출사표를 던진 것인데, 이번에는 시작부터가 긍정의 기운이 느껴진다.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외산 메모리로는 이름난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바로 서린씨앤아이와 함께 시장에 노크한 것인데, 완전히 다른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본래 어페이서는 소비자용보다 산업용에 더 강하다.
군용 장비, 의료기기, POS 단말기, 공장 설비 등 안정성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환경에 적합한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만든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할 수 없어야 하기에 검증 기준이 미친 듯 높고, 게다가 그 분야는 애초에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즉 어페이서 입장에서 내세울수 있는 산업용 레퍼런스가 있는데, 신뢰 그 자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떠올리는 인지도와는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유일한 흠이다.
그래서 어페이서는 산업용에서 쌓은 신뢰를 소비자 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서. 서린씨앤아이를 선택한다. 서린씨앤아이는 이미 수많은 해외 메모리 브랜드를 다뤄온 ‘메모리 유통 강자’로 실력을 뽐내고 있다. 될만한 제품을 소싱해 들여오고 파는 수준을 넘어서 한국 시장에서 먹히는 스펙을 분류하고, 적절한 물량을 계약하며 재고·A/S·모니터링까지 전 과정에 개입하는 실력파 유통사다.
결정적으로 B2C와 B2B를 모두 다룰 수 있는 채널까지 확유한 유통사.
그렇기에 어페이서 입장에서 서린씨앤아이는 재도전을 준비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 볼 수 있다. 그러한 배경이 다시금 도전하는 브랜드 녹스 RGB 시리즈를 한층 더 비장하게 만든다. 흔하디 흔한 RGB 게이밍 메모리 사이에서 주목받을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정면승부 카드다.
2. 힘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경험은 배신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경험을 쌓았다면 교훈으로 남게 되며, 이를 토대로 발전하면 새로운 경지에 이르게 해 준다. 어페이서는 NOX RGB DDR5 홍보영상에서 이를 대놓고 드러냈다. POWER ISN’T GIVEN. IT’S TAKEN. 산업용에서 쌓아올린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감을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어페이서 산업용 제품군은 몇 가지 특징이 뚜렸하다.
먼저 안정성이 뛰어나다. 이 점은 녹스 RGB 시리즈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어떻게? 최대 8000MHz 고클럭 제품군을 선보인 것이다. 그렇기에 성능은 검증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DDR5의 특성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일단 말이 나온 김에 DDR5의 특성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DDR5는 PMIC 전력 관리 칩을 탑재해 정밀한 전압 제어를 실현한다. 즉 전력 안정성과 효율을 크게 높였다. 추가로 온다이 ECC 기술(데이터 무결성 유지)도 갖췄다. 칩 내부에 에러가 생기면 교정해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고 데이터의 손실을 막는다.
다만, DDR5의 특성은 그렇지만 절대 제조사의 실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조사의 영역. 냉각 설계. 아무리 고성능인 제품이더라도 냉각 성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안정적인 제품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럼 어페이서는? 산업용에 잔뼈가 굵은만큼 냉각 설계에는 일가견이 있다. 할줄 아는 분야를 허투로 할 리가 없다.
도전장을 내민 주자는 Apacer DDR5-6000 CL38 NOX RGB BLACK 패키지 (32GB(16Gx2))다. 사실 6000MHz면 게이밍 시스템에서는 표준으로 분류되는 오버클럭 메모리이기도 하다. 다만 오버클럭 메모리인 만큼 발열 설계는 신경써야 한다.
그 점에서 외부를 알루미늄 합금 방열판으로 감싸는 선택을 한다. 알루미늄은 본디 냉각 효율이 뛰어난 소재다. 덕분에 구동하며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흡수해 모듈의 온도를 낮춘다. 일단 거기까지만 하면 시스템 내 쿨링팬이 만들어내는 공기 흐름 등으로 열이 머금은 방열판은 자연스럽게 식혀진다.
그럼 사용 중 고장이 나면? 어차피 서린씨앤아이 유통 제품이라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서린씨앤아이의 사후지원은 한국 IT 시장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럽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상급 사후지원이기에 별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제품이 단종되거나 들여온 물량이 동났을 경우에는 동급 성능의 제품 혹은 상급 제품으로 교체하는 과감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3. 디자인도 실력이다
게이밍 메모리는 성능도 성능이지만 디자인도 중요하다. ‘어항 케이스’가 유행하는 현 시점에서 시스템 내부를 감상할 용도라면, 번쩍번쩍 빛나는 화려한 게이밍 메모리가 제몫을 하기 때문이다. 즉 RGB는 당연히 화려해야 하고, RGB가 점등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비범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쿨러를 장착할 때 메모리 높이 때문에 간섭이 생긴다면 어불성설이다.
그럼 Apacer DDR5-6000 CL38 NOX RGB BLACK 패키지 (32GB(16Gx2))는? 모두 만족한다. RGB는 두말할 것 없이 화려하다. 특히 초광각 RGB 조명 디퓨저 기술이 적용됐다. 광각 확산으로 맞춤형 조명을 제공하고, 역동적인 RGB 효과로 게이밍 설정을 향상시킨다.
RGB가 점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메모리에 기하학적인 무늬가 들어가 있는데, 자연스레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모리 중앙에는 어페이서 로고가 들어가 있는데, 세련됐다. 색상은 별빛 실버, 블랙 스타 두 가지로 나뉘는데, 각자 다른 매력이 있다.
마지막. 편의성도 따져야 한다. 높이는 약 44mm 미만으로 이정도 수치의 제품을 흔히 LP 타입. 일명 로우 프로파일 설계 제품으로 분류한다. 좋은 점은 명확하다. 쿨러 장착 시 간섭이 생길 일이 적다. 특히 고성능 공랭 쿨러 장착 시 120mm 혹은 140mm 팬을 사용하는 경우가 흔한다, 간섭 때문에 쿨링팬을 옮겨 달아야 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없다.
◆ 테스트 환경(시스템 구성)
① CPU - AMD 라이젠9-6세대 9950X3D (그래니트 릿지)
② M/B - ASRock X870 Taichi Creator
③ RAM - Apacer DDR5-6000 CL38 NOX RGB BLACK 메모리 32GB(16Gx2) 서린씨앤아이
④ SSD - 마이크론 크루셜 P710 2TB Gen5 NVMe SSD 대원씨티에스
⑤ VGA - 갤럭시 GALAX 지포스 RTX 5060 Ti BLACK 3X D7 16GB DUAL HDMI
⑥ 쿨러 - 공랭
⑦ 파워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1050W 80PLUS골드 풀모듈러 ATX3.1 화이트
** IT 커뮤니티 '빌런 = https://villain.city/ ' 테스트LAB 팀과 공동 작업하였습니다.
벤치마크 결과를 통해 확인한 Apacer DDR5-6000 CL38 NOX RGB BLACK 패키지 (32GB(16Gx2)) 제품에 관한 특성은 다음과 같다.
◆ 성능
Apacer DDR5-6000 CL38 NOX RGB(32GB, 16Gx2)는 동일 용량의 DDR5-4800과 비교했을 때 대역폭의 차이 만큼 성능도 벌어진다. AIDA64 기준 읽기 속도는 59,306MB/s → 71,134MB/s, 쓰기는 62,762MB/s → 75,288MB/s, 복사는 54,800MB/s → 65,881MB/s로 세 항목 모두 약 20% 전후 상승했다. 클럭만 4800MHz에서 6000MHz로 올렸는데, 메모리 컨트롤러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량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차이는 CPU가 메모리에 자주 접근하는 작업에서 바로 드러난다. 다수 코어를 활용하는 렌더링, 4K 영상 편집, 대용량 빌드·압축, 고프레임 게임처럼 메모리 대역폭 비중이 큰 환경에서는 처리 시간이 짧아지고 프레임 하락 구간이 줄어드는 결과를 일으킨다. 반대로 브라우저·오피스 위주의 가벼운 용도에서는 수치 차이만큼의 차이를 느끼긴 어렵다.
◆ 발열
측정된 결과를 보면 Apacer DDR5-6000 CL38 모듈 두 개 모두 온도는 평균 31~33℃, 최고 34~36℃에 머문다. DDR5 XMP 메모리가 1.35V를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여유 있는 수치다. VDD·VDDQ·VPP 전압도 1.35V / 1.8V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총 전력 소비가 모듈당 최대 0.8W 내외에 그쳐 발열 부담이 크지 않다. PMIC 관련 오버·언더 전압 경고도 한 번도 뜨지 않아 전원 품질 역시 안정적이다. 정리하면, 6000MHz로 동작하면서도 발열과 전력 소모가 낮아 장시간 고클럭 상태로 사용해도 쓰로틀링이나 안정성 저하 걱정을 할 만한 요소가 1도 없다.
** 편집자 주
어페이서가 한국 시장 승부용 카드로 꺼내든 Apacer DDR5-6000 CL38 NOX RGB BLACK 패키지 (32GB(16Gx2))가 한국시장에 두 번째로 상륙했다. 그런데 제법 괜찮은 품질과 디자인이 돋보였다. 크게 모난 곳 없고, 과도하게 개성을 자랑하지 않아 어디에나 잘 어울릴 듯한 느낌은 다 근거가 있다. 그게 본문에 다 담겨있으니 재차 정독을 제안한다.
그러면서도 화려함까지 충족시킨다. 눈을 거슬리게 하는 화려한 RGB 조명이 아닌 나름의 디퓨저 기술로 은은하게 RGB가 시선을 근다. 이미 산업용 시장에서 인정받은 회사의 기술로 완성한 메모리라는 측면에서 성능과 안정성이야 두말할 것도없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서린씨앤아이다. 사용자가 안심하고 사도 되는 이유 그 자체가 된다. 결론짓자면 어페이서가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첫 제품부터 열거한 완성도라면, 다음 라인업도 기대해볼 만하다. 이미 한 번 실패를 경험해본 브랜드 그런지, 두 번째는 제대로 갈고닦아 준비된 상태로 컴백한 모습이다. 분명한 건 방향성도, 실행력도 모두 정확했기에 시장의 평가만 남아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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