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영화 시장은 관객 감소와 대형 배급사 신작 축소, OTT·숏폼 콘텐츠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곤 하나, 여전히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각자가 올해 본 영화 중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을 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이 시점,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올해도 어김없이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를 통해 ‘2025년 외국영화 TOP 10’을 선정했다. 기준은 24년도 12월 9일부터 12월 14일까지의 국내 개봉 및 공개한 영화를 기준으로 한다. 재개봉 혹은 기획 상영 또한 제외되었다. 10개의 선정된 작품 중, 아직도 보지 못한 작품이 있다면 연말에 찾아보는 건 어떨까? 또, 이미 본 영화라면 다시 한번 그 기억을 되뇌이며 그 영화가 가진 고유의 이야기를 곱씹어보는 것은 어떨까?
{ 1위. 미세리코르디아 }
알랭 기로디 감독의 〈미세리코르디아(Miséricorde)〉는 이동진이 꼽은 올해의 1위 영화로, 심리 서스펜스와 블랙 코미디가 기묘하게 뒤엉킨 독특한 스릴러 장르다. 프랑스 남부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하는 이 영화는 장례식을 계기로 돌아온 한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겉으로는 평온하고 소박해 보이는 공동체 안에서 인물들 사이의 욕망, 죄책감, 위선이 서서히 드러나며, 영화는 관객을 불편하면서도 묘하게 웃음 짓게 만드는 방향으로 끌고 간다. 명확한 선악의 구분을 거부한 채 끝까지 관객을 도발하는 이 영화는, 왜 이동진이 올해의 영화로 선택했는지를 납득하게 만드는 '올해의 문제작'이라 할 만하다.
이동진의 한 줄 평 : 숭고한 자비와 야단스런 욕망의 동치가 비범하게 작동하는 그 축축한 세계.
{ 2위. 브루탈리스트 }
2025년 연초, 이동진의 기대작으로 꼽았던 작품 중 1개로 연말 결산에서 2위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한 영화 〈브루탈리스트〉. 3시간 20분이라는 엄청난 러닝타임(인터미션이 있는 영화로도 유명하다.)으로 선뜻 선택하기 쉽지 않을 수 있으나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관객들은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평이 자자하다. 브루탈리즘이라는 건축 사조를 다루는 영화로, 헝가리 출신의 미국 건축가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다. 브루탈리즘 양식이라는 건축 사조가 형태나 구조, 재질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만큼,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다루는 방식 또한 그 건축 사조와 많이 닮아있다 한다. 제 97회 오스카에서 3개 부문 수상, 제 82회 골든글로브에서 3개 부문 수상 등 각종 영화제에서도 인정받은 작품이다. 이동진 또한 5점 만점의 별점을 남겼으니,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을듯!
이동진의 한 줄 평 : 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과거는 어디에 맺히는가.
{ 3위. 여행과 나날 }
12월 10일 갓 국내 개봉한 신작이자 심은경의 주연작으로 유명한 〈여행과 나날〉이 3위에 꼽혔다. 일본의 새로운 거장 감독이라 평가받는 미야케 쇼 감독의 작품이다. 여행이라는 틀 안에서 인물의 감정과 관계의 변화를 따라가는 영화로 이동진은 '1950-60년대 일본 영화 최전성기에 나왔던 훌륭한 작품들이 갖고 있는 질감과 리듬, 깊이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조용하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작품을 찾는다면 지금 이 시기에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가서 봐야할 영화!
이동진의 한 줄 평 : (왓챠피디아 업데이트 전)
{ 4위.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
인도의 떠오르는 신예 감독, 파얄 카파디아의 첫 장편 연출작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202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기존에 생각해오던 인도 영화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기 충분하며, 예술영화 팬들에게는 인도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언급되기도!
이동진의 한 줄 평 : 빛이 있으라, 그러자 영화는 꿈꾸기 시작했다.
{ 5위.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
5위를 차지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긴장감 넘치는 액션의 쾌감 위에 사회적 메시지를 겹쳐 놓은 작품으로, 장르적 재미와 해석의 여지를 동시에 지닌 영화다. 이동진뿐 아니라 박찬욱 감독 또한 한 인터뷰에서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으로 언급한 바 있어 더욱 주목할 만하다. 현재 이 작품은 내년 3월 열릴 예정인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주요 부문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작품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다.
이동진의 한 줄 평 : 시대가 요구하는 영화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신랄하고도 장대하게.
{ 6위. 씨너스: 죄인들 }
북미에서 개봉 당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공포 영화임에도 개봉 직후 1위를 거머쥔 반란의 공포 영화, 〈씨너스: 죄인들〉이 6위를 차지했다. 실제 관객들의 평가로 점수를 내는, 가장 신뢰받는 지표 '시네마스코어'에서 공포영화로는 35년만에 처음으로 A등급을 받았고, 로튼토마토에서 97%, 메타크리틱 86점 등 감히 숨겨진 명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동진의 한 줄 평 : 늪에서 삶을 점화시킨 어느 밤의 저릿하고 끈적한 광휘.
{ 7위. 프랑켄슈타인 }
괴물에 관해서 세계에서 제일 잘 만드는 감독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괴물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만들었으니 일생일대의 영화가 아닐까? 이동진은 이 영화를 두고 '성찬을 대접받은 느낌'이라 표현하기도.
이동진의 한 줄 평 : 참혹한 아름다움이 가슴을 저민다.
{ 8위. 그저 사고였을 뿐 }
영화 〈써클〉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택시〉로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새 영화인 〈그저 사고였을 뿐〉은 감독의 자전적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화 시위 등 탄압을 받은 감독은 이미 두번이나 수감 생활을 했었고, 그때의 일들을 바탕으로 영화는 흘러간다. 이 영화는 2025년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했고, 2025년 고담 어워즈에서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받으며 영화 역사상 단 네명이 달성한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동진의 한 줄 평 : 등을 타고 기어오르는 폭압의 사라지지 않는 이명.
{ 9위. 하드 트루스(내 말 좀 들어줘) }
봉준호 감독이 사랑하는 거장 감독 '마이크 리'의 신작인 〈하드 트루스〉는 인물에 대한 탐구, 곧 캐릭터 스터디의 궁극에 도달한 작품이다. 어쩌면 이 영화를 관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 자신을 영화 속 인물에 겹처보는 일일것이다. 그렇게 마주하게 되는 감정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감독이 의도하는 바일테니.
이동진의 한 줄 평 : 폭포 같은 말과 사막 같은 침묵 사이로 흐르는 삶의 어두운 강물을 들여다보면.
{ 10위. 국보 }
재일 한국인 3세인 이상일 감독의 연출작 〈국보〉가 이동진이 선정한 2025년 최고의 영화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전 다른 작품에서도 인간 내면의 어두운 감정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감독은 〈국보〉에서도 전통 예술을 단순한 미적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세대 간 전승과 희생, 욕망이 충돌하는 공간으로 그려낸다. 일본인이 지닌 정체성과 감성, 문화적 뿌리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현지 관객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으며 일본에서 큰 흥행 성과를 거둔 명작이다.
이동진의 한 줄 평 : 인생보다 큰 예술과 세계보다 중한 무대의 아름다움이 아찔하고도 허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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