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나 표류하던 선박 붙들고 '그림자 선단' 지정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정부가 러시아산 석유를 싣고 발트해를 운항하던 유조선을 압류했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ZDF방송 등에 따르면 독일 연방재정법원은 11일(현지시간) 유조선 에벤틴(Eventin)호의 선사 랄리야해운이 독일 세관당국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당분간 에벤틴호와 화물을 압류하거나 처분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압류 조치의 적법성에 합리적 의심이 있다"며 고장난 유조선을 예인한 뒤 압류한 게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파나마 선적 에벤틴호는 올해 1월 석유 9만9천t을 싣고 러시아 우스트루가에서 출항해 이집트 포트사이트로 향하던 중 발트해에서 엔진 고장으로 표류했다.
독일 당국은 이 선박을 예인한 뒤 기술적 검사를 한다며 항행을 금지했다. 지난 3월에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 등을 근거로 선박과 석유를 모두 압류·몰수해 독일 국가 소유로 귀속시켰다.
EU는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피해 제3국 선적을 달고 석유를 수출한다며 이른바 '그림자 선단' 유조선 목록을 만들어 역내 입항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에벤틴호는 독일 당국에 붙들린 뒤에야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선사는 고장 때문에 의도치 않게 독일 영해에 진입했을 뿐 유럽에 입항할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EU 일반법원에도 제재 목록에서 빼달라며 소송을 냈다. 에벤틴호는 독일 북부 뤼겐섬 앞바다에 1년 가까이 정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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