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밥상에서 유난히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반찬이 있다. 바로 데친 무청에 들깨를 섞어 만든 무청무침이다. 무청무침은 겨울 제철의 향을 가장 순하게 담아내는 반찬이다.
늦가을과 초겨울에 수확한 무의 잎과 줄기는 식탁에서 자주 밀려나곤 하지만, 제대로 손질해 데치고 들깨를 더하면 그 어떤 나물보다 고소하고 깊은 맛을 낸다. 특히 찬 바람을 맞고 자란 무청은 조직이 단단해 씹는 맛이 살아 있고, 데친 뒤에도 향이 은근하게 남아 겨울철 입맛을 부드럽게 깨워준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완성된 맛은 그 수고를 잊게 만든다.
유튜브 '강쉪'
무청을 데치는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단계다. 끓는 물에 소금 없이 그대로 넣어 숨만 죽도록 데쳐야 색과 향을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다. 너무 익히면 질감이 물러지고 향이 흐려지기 때문에 데친 뒤 바로 찬물에 헹궈 열기를 빨리 빼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손질된 무청은 기본적인 아린맛이 사라지고, 들깨와 양념이 스며들기 좋은 상태가 된다. 특히 데친 무청의 수분이 적당히 빠져야 들깨의 고소함이 제대로 살아난다. 들깨는 무청무침의 풍미를 결정하는 핵심 재료다. 볶은 들깨가루를 사용하면 향이 더욱 선명해지고, 무청의 풋내를 부드럽게 감싸 자연스러운 조화를 만든다.
들깨는 기름 성분이 풍부해 무청 사이사이에 스며들며 고소한 층을 더한다. 여기에 다진 마늘이나 대파를 조금만 섞으면 향이 살아나는데,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들깨의 고소한 맛이 묻히기 때문에 균형이 중요하다. 양념을 더한 뒤에는 손으로 가볍게 무쳐야 무청의 결이 살아 있고 들깨의 질감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겨울철 무청무침이 사랑받는 이유는 영양에도 있다. 무청은 베타카로틴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가 더뎌지는 겨울철에도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몸의 순환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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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는 고소함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포만감을 만들어주어 과식하기 쉬운 계절에 부담이 적다. 두 재료가 만나면 밥상에서 쉽게 지나쳤던 잎채소가 건강 반찬으로 변하고, 심플한 조리 과정에서도 제철의 힘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젓갈이나 강한 양념 없이도 맛이 살아나는 점에서 나물 반찬의 정갈한 매력을 보여준다. 완성된 무청무침은 따뜻한 밥과 가장 잘 어울리지만 국이나 찌개와 곁들이면 겨울 특유의 묵직한 맛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데쳐 무친 형태라 오래 두면 수분이 생기므로 먹을 만큼만 무쳐 두는 것이 좋고, 남은 무청은 볶음이나 국거리로 활용해도 좋다. 들깨 향은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기 때문에 완성 직후가 가장 풍성하고 식탁에 올리면 자연스럽게 밥맛을 당기게 만든다. 요즘은 무청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 무청무침을 직접 만드는 집이 줄었지만, 겨울마다 이 반찬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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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많이 가지만 제철 재료가 주는 깊이와 담백함은 대신할 반찬이 드물기 때문이다. 데친 무청의 단단한 숨, 들깨의 고소한 결, 그리고 손으로 무쳐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맛은 계절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무청무침은 그래서 겨울 식탁을 가장 소박하게, 그러나 가장 따뜻하게 채우는 오래된 겨울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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