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격 사퇴했지만 이종석 국정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문재인 정부의 노영민 전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그리고 강선우 의원, 임종성 전 의원 등 복수의 여권 인사 이름이 거론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통일교 불법 로비 의혹과 관련해 "여야 관계 없이,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재수 전 장관과 임종성 전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그간 내란·김건희·해병 3대 특검으로 수세에 몰려있던 국민의힘은 '특검'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역공에 나서고 있다. 개혁신당도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추며 이재명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수세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은 '원칙 대응'을 천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만큼 특검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2차 종합특검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교 사태가 터져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야권의 특검 요구를 거부하며 2차 종합특검을 강행하기에는 명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수본, 전재수·임종성·김규환 피의자 입건·출국금지…수사 착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정치권 인사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들 3명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이 대통령이 "여야 관계 없이,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지 이틀만이다.
이번 의혹은 김건희 특검팀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통일교 교단이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데서 시작됐다.
특검팀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난 10일 경찰 국수본에 사건을 이첩했고 국수본은 내란 특검팀에 파견됐던 박창환 중대범죄수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23명 규모의 특별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팀은 구성 하루 만인 전날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본부장을 3시간가량 접견해 특검 및 재판 과정에서의 진술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경찰은 윤 전 본부장 접견을 통해 진술을 확보한 만큼, 조만간 강제수사를 통한 증거물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공소시효 문제가 있다. 2018년 금품 수수 혐의가 정치자금법 위반(7년)으로 적용될 경우 연내 시효 만료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는 경찰이 금품의 '대가성'을 입증해 공소시효가 최대 15년까지 늘어나는 특가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힘·개혁신당 "특검 해야" 협공 나서
그간 내란·김건희·해병 3대 특검으로 수세에 몰려있던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역공의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당장 이번 사태를 '통일교 게이트'라 규정하고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특검 수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에 통일교 직원에게 당직 임명장을 줬고, 그 당직자는 통일교 핵심요직에 승진했다고 한다"라며 "이 정도면 이재명의 민주당과 통일교의 유착이 깊숙하다고 신뢰하기에 충분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정치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 해산" 발언을 한 배경도 의심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수사 때는 돈 받은 민주당 인사 명단까지 제출해놓고 정작 재판에서는 단 한 사람 이름도 못 밝혔다"라며 "이 대통령 겁박에 통일교가 입 닫은 것은 통일교가 유착된 게 이 정권과 민주당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정점에 누가 있겠나. 그 실상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진실을 묻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 대통령은 왜 민주당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기 전에 통일교 해산을 언급했나"라며 "이 대통령은 통일교의 민주당 의혹에 대해 특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지, 수사에 개입했는지 이 두 가지를 국민께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통일교 게이트'를 경찰이 아닌 특검에서 수사해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에 특검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사건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됐지만, 정치적 휘발성이 큰 이 사안을 경찰이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경찰은 이미 야당 사건에는 과잉 대응하고, 여당 사건에는 축소·지연 수사를 반복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역 민주당 의원인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을 쥐고 있는 현실에서, 공명정대한 수사를 기대하라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며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야당 추천 특검 도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즉각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
이준석 "통일교 특검, 李 대선때 국내외 명사 섭외도 수사해야"
개혁신당도 특검 도입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양당 모두 이 사안에서 자유로운 제3자의 검증을 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며 "개혁신당이 민주당 인사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의혹 특검 후보를 추천하겠다"며 3자 추천 특검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12일에는 이 대통령도 특검 수사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 측이 통일교를 통해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인 스테픈 커리 섭외를 시도했다는 보도를 공유하며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 범위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영호 전 통일교 본부장과 이현영 통일교 부회장의 통화 내용에 따르면, '젊은 애들 표를 좀 가져올 수 있는' 인물로 커리를 제안하며 '자기들(민주당)이 비용 대고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라며 "커리 섭외 비용은 80만 불, 약 12억원"이라고 했다.
이어 "솔직히 황당하다. 스테픈 커리랑 화상통화 한 번 하면 젊은 층 표가 쏟아져 들어온다고 생각했던 걸까"라며 "대선 캠프의 전략적 판단이 이 수준이었다는 것은 좀 재미있고, 그 판단을 실행에 옮기려 통일교에 손을 벌렸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여러 국내외 명사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분들도 누군가가 비용을 대고 섭외된 건지 이제는 살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언석 "李대통령, '통일교 게이트' 정동영·이종석 즉각 해임해야"
국민의힘은 특검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김영삼 대통령은 한보게이트에 연관됐다는 의혹 하나로 아들을 구속수사했다. 이처럼 정치 지도자는 자신과 주변부터 추상처럼 엄정하게 바로 세워야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본인이 임명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전재수 장관은 게이트의 꼬리 혹은 전달자일 가능성이 크며 실질적인 몸통은 따로 있을 개연성이 크다"며 "현재 통일교가 지원한 인사로는 전 장관 외에도 정동영 장관, 이종석 국정원장, 임종성 전 의원이 지목받고 있다. 통일교에서 금전을 받은 사람은 누구든지간에 소속과 직책을 불문하고 예외없이 조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두 국무위원은 물론이고 통일교 게이트에 연루된 측근 핵심 인사들도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공개적으로 지시하라"며 "이런 조치가 없다면 어느 국민도 수사 기관의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할 것이고 정권의 신뢰가 뿌리부터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사기관은 신속히 수사 착할 것을 촉구한다"며 "민중기 특검은 야당에 대해서만 신속하게 압색할 게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경찰의 수사의지와 역량이 얼마나 있는지 가늠하는 중대한 국면이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경찰 수사와 별도로 즉시 통일교 게이트 특검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며 "새 특검은 민중기 특검의 직무유기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특검 도입을 재차 강조했다.
송 원내대표는 "마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특검 또는 종합특검을 발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라며 "여기에 민중기 특검의 직무유기 부분을 민주당과 통일교 유착관계 포함해 특검을 실시하면 매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與 "통일교 연루 근거 제시되면 가차 없이 처리"…특검엔 선 그어
반면 민주당은 경찰 수사가 이미 시작된 만큼 특검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는 수사기관에 신속,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고 그것을 함께 지켜보겠다고 하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야권의 특검 요구에 대해 "전형적인 (현) 특검 흔들기, 물타기에 불과한 정치 공세"라며 "특검은 법에 의한 수사 범위와 내용이 있다. 그것과 명확히 연관되는 것이라면 (현) 특검이 수사를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검법은 특검 기한 종료 후 특검 내용과 관련 없는 내용들을 수사기관에 이첩하도록 한다"며 "민주당은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말씀을 드리고, 그렇게 주장하는 인사들은 본인들의 경우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현재 민주당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부분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명확한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면서 "당 소속 의원들과 내부 당원들의 관련 부분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면 대통령 말씀대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차 없이 명확한 처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처리 과정은 윤리감찰단에 즉각 조사를 지시하는 게 일상적 지시일 텐데 현재 상태로는 그런 지시를 하기에도 근거와 명확성이 부족한 상태"라고 했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도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를 통해 "민중기 특검팀의 수사 목적, 범위는 김건희씨와 관련된 사건으로만 돼 있다"며 "또 내용들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기 때문에 (야당의 편파 수사 주장은) 트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수본에서 엄정하게 수사하면 될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사를 지켜봐야 될 때"라며 "대통령께서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말씀을 주셨기 때문에, 그에 따라 하면 될 것 같다"고 보탰다.
2차 종합특검 딜레마…내부선 특검 긍정론 '솔솔'
이처럼 민주당은 야권의 특검 요구를 일축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당장 정청래 대표는 현 특검 수사 기간이 만료된 후 2차 종합특검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야권의 특검은 수용하지 않으면서 2차 종합특검을 추진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내란 척결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2차 종합특검으로 미진한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며 "내란과의 전쟁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밝혔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도 KBS라디오에서 "내란은 어떻게 기획된 건가 등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선 아직 와닿지 않는, 국민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2차 특검을 통해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 검토가 가능하다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친명계 김영진 의원은 11일 SBS 라디오에서 "국수본 수사를 통해 처리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여야가 협의해 논의해 볼 수 있는 것 아닐까"라고 여지를 뒀다.
김 의원은 "(특검) 필요성 여부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삼지 말고 객관적 사실을 밝혀내는 차원에서 검토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