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센터서 50주년 기념식…김주연·이인성·오생근 등 참석
최인훈·조세희·한강 등 한국문학 요람…50년간 3천500여종 펴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1975년 문학과지성사의 출범은 당시 한국의 지성사회가 한 몸으로 요구한 공동 탄생이며 문명사적 전환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계간 '문학과지성' 창간 동인이자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의 토대를 닦은 문학평론가 김주연은 문학과지성사 창사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설명했다.
문학과지성사는 12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창사 5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광호 대표이사를 비롯해 문학평론가 김화영·오생근·정과리, 소설가 이제하·이인성, 시인 이원·백은성·유선혜·송희지 등 평단의 거목과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고(故) 김현·김치수 그리고 김주연과 함께 '4K'로 불린 문학과지성사 초대 대표이사 김병익은 건강상의 이유로 기념식에 불참했다.
문학과지성사가 창립된 1975년은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숨죽인 엄혹한 시절이었다.
동아일보 기자였던 김병익은 1974년 한국기자협회장을 맡으며 중앙정보부에 연행됐고, 이듬해 신문사에서 해직됐다.
그렇게 거리로 쫓겨난 김병익은 1975년 문우(文友)들과 함께 문학과지성사를 세웠다.
앞서 1970년 계간지 '문학과지성'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던 문학평론가 김현·김치수·김주연, 그리고 변호사 황인철이 창사에 함께했다. 1976년 첫 책으로 홍성원의 단편집 '주말여행', 조해일의 장편소설 '겨울여자'를 펴냈다. 최인훈 전집을 기획하고 첫 책 '광장/구운몽'이 나온 것도 1976년이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을 비롯해 한국문학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다수 작품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다.
'문학과지성 시인선'도 빼놓을 수 없다.
1978년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로 시작해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기형도의 '잎속의 검은 입',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 등이 시인선을 장식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소설 '여수의 사랑'과 '그대의 차가운 손' 등도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현대의 지성', '현대의 문학이론', '문제와 시각', '작가론 총서' 등 각종 총서는 척박했던 시절 지성사의 상아탑 역할을 했다.
50년간 문학, 학술, 인문을 비롯해 아동, 청소년 분야까지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책들은 3천500여종에 달한다.
50주년을 맞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통권 152호)에는 세대별 편집 동인과 문학평론가들의 특별 좌담이 수록됐다.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문학과지성사는 동인 체제로 운영되고 그것을 우리는 '우정의 공동체'라고 표현한다"며 "우정의 공동체가 함께 생산하고 함께 나누는 지성의 광장을 생각했던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광호 대표 또한 50주년 기념식 '인사의 말'에서 문학과지성사를 "문학적 우정의 장소 혹은 공동체"라고 규정하며 "이 공간, 이 장소는 닫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작가와 독자들이 이 문학적 우정의 공간을 새롭게 채워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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