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소비 침체에 이커머스 강세로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이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가운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 있다. 창고형 할인마트다. 대용량 구매로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 업계가 주춤한 성장세에 출점을 줄이며 ‘생존 게임’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으로, 창고형 마트는 외형 확장과 실적 개선을 동시에 이루며 오프라인 유통업의 ‘예외 구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트레이더스)은 이러한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지난 2010년 구성점으로 출발한 트레이더스는 현재 24개 매장을 운영하며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월 마곡점, 9월 구월점을 연 데 이어 추가 출점 계획도 마련 중이다. 대형마트 업계 전반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새 점포를 열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실적도 성장세다. 트레이더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조4억원, 영업이익 352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매출 1조원 시대에 진입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11.6% 늘었다. 1~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 2조8674억원, 영업이익 1127억원을 기록했는데 각각 5.7%, 26.9% 성장한 수치다. 누적 영업이익률은 3.93%로, 같은 기간 이마트 성장률 1.12%를 웃돌았다.
실적 배경에는 자체브랜드(PB)인 ‘T스탠다드’가 있다. 트레이더스가 2020년 하반기 첫선을 보인 이 브랜드는 대용량 운영과 낮은 마진, 대량 매입을 기반으로 품질·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트레이더스는 약 4000여개 T스탠다드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년 절반 이상을 신규·리뉴얼 상품으로 교체하며 올해 8월까지 신규 직소싱 상품만 180종이 넘는다. 트레이더스 측은 “해외 박람회와 컨벤션 등을 통해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 상품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 저변 확대는 멤버십 증가에도 나타난다. 트레이더스에 따르면, 멤버십 신규 가입자는 올해 1~10월 기준 전년 대비 갑절 이상 늘었다. 트레이더스는 12월까지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할인권과 TR캐시 적립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 락인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코스트코코리아도 비슷한 성장 궤적을 그리고 있다. 회사가 제출한 지난해 9월~2025년 8월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7조3220억원, 영업이익은 2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약 12%, 16%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6조9920억원을 기록한 홈플러스를 앞지르며 국내 대형마트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 6월 익산점을 열어 호남권에 처음 진출했고, 최근에는 청주점 설립을 위한 투자 협약도 체결했다.
코스트코 역시 박스·묶음 단위 판매를 통한 ‘박리다매’ 전략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용량 중심의 상품 구조는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저렴하게 사두고 필요할 때 나눠 쓰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용량 상품을 공동 구매해 나누는 ‘소분 모임’도 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출 여력이 줄어든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이 사서 나눠 쓰는 방식’이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며 “창고형 마트는 이 흐름과 가장 부합하는 유통 모델로,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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