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무원·은행·변호사 등 28명 기소했지만 대부분 혐의 벗어
재판부 "증거 수집 위법, 공동정범 안돼" 무죄 선고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 중견 건설사 사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비자금·불법 로비' 의혹 사건이 1심 재판 결과 '용두사미'로 마무리됐다.
12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 사주 일가의 균열은 2020년 10월부터 표면화했다.
대표이사인 장남 A씨가 창업주인 아버지·동생·누나 등 가족과 불화를 빚으며 사건이 시작됐다.
창업주인 아버지는 2002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장남 A씨를 2020년 10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했고, 누나는 자신이 넘긴 12%의 지분 계약은 무효라며 A씨를 최대 주주에서 끌어 내리려 했다.
회사는 이후 차남에게 넘어갔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아버지까지 복귀했다.
장남은 법적 다툼을 벌여,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 끝에 대표 이사 자리를 되찾아 왔다.
그러자 나머지 가족들은 '경찰 수사·세무조사' 카드를 꺼내 들며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장남이 82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했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장남도 아버지와 동생을 고발하며 맞받았다.
서로에게 비수를 꽂는 폭로전의 끝은 결국 삼부자 모두 구속기소였다.
검찰은 가족 간 폭로전을 계기로 전방위적인 수사에 나섰다.
비자금 의혹뿐만 아니라 지역 은행, 지자체, 경찰, 국세청 등과의 유착 의혹도 확인된다며 28명을 기소했다.
기소된 인물에는 현직 총경 2명을 포함한 경찰 3명, 전현직 공무원 3명, 변호사, 세무사, 검찰수사관, 은행 직원 7명, 재개발조합 임직원 3명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당시 보도자료를 내고 "지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중견기업이 지역사회에서 공적인 지위를 가진 은행 직원, 재개발 임직원과 별다른 문제 없이 금품 향응,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지역 토착형 부패범죄'를 규명해 엄단했다"며 자평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이날 1심의 재판 결과를 보면 '비자금' 의혹 외에는 성과가 없는 모습이다.
비자금 의혹 역시 재판 과정에서 숨진 아버지가 대부분 취득했다는 이유로 형제는 실형을 면하며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는 '위법 수집 증거'가 문제 된다며 사주 일가와 공무원, 은행 직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면서 이와는 관련성이 없는 뇌물공여와 관련한 다이어리와 선물발송명단, 엑셀 파일 등 출력물을 확보한 것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고 판단했다.
수사 정보를 빼내고, 국세청을 상대로 청탁했다는 의혹도 지난달 큰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전직 검찰수사관과 브로커인 전직 경찰에 대해서는 실형이 선고 됐지만, 부산경찰청 현직 수사 담당 경찰은 선고유예 판결을, 총경 2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총경 2명이 수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공무상 비밀 누설죄의 공동 정범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국세청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도 공무원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세무사와 변호사들도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세무조사와 관련한 청탁을 인식하면서 용역 계약을 맡은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판결문을 추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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