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에서 온 편지]한국과 말레이시아 : 실용외교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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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에서 온 편지]한국과 말레이시아 : 실용외교에서 만나다

이데일리 2025-12-12 17:00: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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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배 주말레이시아 대사[외교부 제공]


[여승배 주말레이시아대사] 지난 9월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제3회 한-말레이시아 방산 협력 세미나에서 칼레드 국방장관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입니다”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역사상 두 번째 방산협력 양해각서를 한국과 체결하게 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말레이시아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언급이기도 하다. 실제로 양국은 교역·투자, 방산, 인프라, 원전·에너지 전환, 해양,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의 저변에는 한국은 신뢰할 만한 국가라는 인식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우리를 단순한 거래 상대가 아닌 미래를 같이 열어갈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다양성 속의 조화를 국가 운영의 핵심 원리로 삼아왔다. ‘연합 속의 힘(Bersekutu Bertambah Mutu)’이라는 국가 표어가 상징하듯,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들은 화합을 통해 균형을 지키는 정치적 지혜를 체득해왔다. 이는 외교 무대에서도 종종 구사되곤 한다. 강대국의 이해가 교차하는 동남아 지역에서, 말레이시아는 이념보다 실질을, 대결보다 조율을 택하며 실용 외교를 펼쳐가고 있다.

올해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 수임을 통해 외교적 성과를 톡톡히 거뒀다. 11년 만의 미국 대통령 방문 성사, 한·미·중·일은 물론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0여 개국 정상을 불러 모은 ASEAN 정상회의. 정상회의의 하이라이트였던 태국-캄보디아 휴전 서명의 경우, 국제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에 주목했지만 사실 안와르 총리의 물밑 중재와 설득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협상 막판에 안와르 총리가 중국을 끌어들인 것은 역내 역학 구도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대중관계에 있어 실용적 계산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대통령은 취임 후 ASEAN 외교의 첫 행보로 10월 26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한국과 ASEAN이 상호 신뢰 하에 성장과 평화의 미래를 함께 도모해 가자는 비전과 인적교류 1500만명, 교역 3000억달러 달성이라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6월 정상 간 첫 통화로 조성된 정상 간 유대감을 돈독히 했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선언문, 방산협력 양해각서도 서명됐다.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국정의 중심 기조로 삼고 있는 우리가 말레이시아, 나아가 ASEAN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중 갈등, 공급망 교란, 보호주의 강화의 추세 속에서 우리의 미래는 풍부한 자원과 젊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 제4대 경제권으로 부상하고 있는 ASEAN의 성장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ASEAN의 지리적 중심이자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잇는 말레이시아는 우리의 대(對) ASEAN 접근의 관문이다. 양국의 실용 외교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에너지 안보, 핵심 광물 공급망, 반도체 등 첨단 산업협력의 구체적 성과를 만들 여지는 매우 크다.

수동적 중립이 아니라 국익을 염두에 둔 적극적 균형을 모색해 가는 말레이시아. 불가측성이 높아지는 대외환경 속에서 외교 다변화로 평화와 번영의 공간을 넓혀 가려는 한국.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마치 쿠알라룸푸르를 대표하는, 나란히 솟아 있는 페트로나스 쌍둥이 타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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