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창녀 콤플렉스(Madonna Whore Complex)

마돈나 창녀 콤플렉스(Madonna Whore Complex)

연애가 무르익고 결혼 이야기가 오갈 무렵, 역설적인 비극이 시작된다. 남자는 여자를 그 어느 때보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너는 내 아이의 엄마가 될 만한 사람이라고, 내 인생의 동반자라고 치켜세운다.

그러나 정작 밤이 되면 그는 돌아눕는다. 그의 손길에서 예전의 그 집요하고 뜨거웠던 욕망은 증발해 있다. 여자는 혼란에 빠진다. 내가 살이 쪄서일까, 매력이 없어서일까.

하지만 문제는 여자의 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매력이 너무 ‘성스럽게’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100년도 더 전에 지적했던 인간 심리의 기이한 버그, 바로 ‘마돈나-창녀 콤플렉스’가 침실의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욕망할 수 없고, 욕망하는 여자를 사랑할 수 없는 이 분열증적 상태는 남성 심리의 가장 어두운 지하실이다. 남자는 여성을 두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숭배하고 지켜줘야 할 ‘성녀(Madonna)’와, 함부로 대하며 성적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창녀(Whore)’. 이 이분법의 세계에서 당신이 ‘좋은 여자’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 역설적으로 당신은 성적 대상으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한다.

어머니라는 거대한 그림자

이 비극의 기원은 유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자는 태어나 처음 사랑했던 이성인 어머니에게서 ‘금지된 욕망’을 배운다. 어머니는 따뜻하고 나를 보살펴주는 존재이지만, 감히 성적으로 탐해서는 안 되는 성역이다.

이 오이디푸스적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자의 무의식은 사랑(애정)과 섹스(욕망)를 철저히 분리하는 전략을 택한다.

성인이 된 후에도 이 회로는 작동한다. 그가 당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존중하게 될수록, 당신은 그의 무의식 속에서 ‘어머니’의 위치로 격상된다. 남자는 어머니와 섹스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근친상간의 공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당신을 보호하고 숭배하지만, 당신의 몸을 거칠게 탐하는 행위는 당신을 ‘더럽히는’ 일이라 여겨 무의식적으로 억제한다.

반면, 그가 하룻밤 상대로 여기거나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판단하는 여성에게서는 죄책감 없이 성적 흥분을 느낀다. 그 대상은 지켜줘야 할 고귀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면 지켜줘야 한다”는 낡은 레퍼토리는 단순한 배려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성적 욕망이 사랑하는 대상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남성 내면의 뿌리 깊은 공포가 투영된 방어기제다.

진화가 남긴 잔인한 이분법

이 콤플렉스는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서늘한 논리를 갖는다. 수만 년 전의 남성에게는 두 가지 상반된 번식 전략이 필요했다. 자신의 유전자를 확실하게 후대에 남기기 위해서는 정조를 지키며 아이를 잘 키울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마돈나)’가 필요했고,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는 성적으로 개방적인 ‘다수의 파트너(창녀)’가 필요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이 두 가지 특성을 한 여성에게서 동시에 발견하기를 어려워한다. 성적으로 너무 매력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은 ‘내 아이의 엄마’로서의 신뢰성(친자 확실성)을 떨어뜨리는 신호로 읽힌다.

반대로 조신하고 헌신적인 여성은 양육자로서의 가치는 높지만, 번식 행위 자체의 쾌락을 자극하는 도파민은 덜 분비시킨다.

현대의 남성들이 흔히 말하는 “결혼할 여자와 연애할 여자는 다르다”는 속설은 이 오래된 진화적 계산기가 뱉어낸 출력값이다. 당신이 그에게 헌신하고, 이해하고, ‘참한’ 모습을 보일수록 당신은 안전한 아내(마돈나)의 칸으로 분류되어 들어간다.

그 칸은 안락하고 존경받는 자리이지만,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그곳에는 성적 긴장감이 없다. 안전함은 욕망의 가장 강력한 소화제이기 때문이다.

통합되지 못한 자아의 투사

마돈나-창녀 콤플렉스 (Madonna Whore Complex) 는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 내면의 미성숙함이 빚어낸 허상이다. 그는 여성이라는 복잡하고 입체적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능력이 없는 것이다.

한 여자가 고결하면서도 동시에 음탕할 수 있다는 사실, 모성애를가지면서도 성적 주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의 뇌는 처리하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성적 수치심을 여성에게 투사한다. 자신이 여성을 성적으로 욕망하는 것이 ‘더러운’ 행위라고 느끼기 때문에, 그 행위를 받아주는 여성 또한 ‘타락한’ 존재여야만 마음이 편하다. 반대로 자신이 사랑하는 고결한 여성은 그런 ‘더러운’ 행위와는 무관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로 인해 많은 커플이 침묵의 비극을 겪는다. 여자는 사랑받기 위해 성녀가 되기를 자처하거나, 혹은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성적 욕망을 거세한다. 남자는 아내를 거실에 모셔두고, 밤거리나 포르노그라피 속에서 해소되지 않은 욕망을 배설한다.

제단에서 내려와 땅을 딛다

당신이 만약 연인에게서 “너는 너무 착해서 미안해”라거나 “가족끼리는 그러는 거 아니야”라는 농담 섞인 거절을 들었다면, 그것은 당신의 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당신이 그에게 너무 완벽한 마돈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마돈나 창녀 콤플렉스(Madonna Whore Complex)의 굴레를 벗어나는 길은 하나다. 그가 만들어놓은 성녀의 제단에서 제발로 걸어 내려오는 것이다. 착한 여자, 이해심 많은 여자, 순결한 여자의 가면을 깨뜨려야 한다.

당신이 욕망을 가진 존재이며, 때로는 이기적이고, 때로는 거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은 두렵지만 필수적이다.

물론, 미성숙한 남자는 제단에서 내려온 당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별이 아니라 해방이다. 성녀 아니면 창녀라는, 그 비좁고 폭력적인 이분법 속에 갇혀 살기에 당신은 너무나 입체적이고 살아있는 인간이다.

진정한 사랑은 숭배가 아니다. 한 사람의 고결함과 비천함, 성스러움과 동물성을 모두 껴안고 뒹구는, 그 지저분하고도 뜨거운 통합의 과정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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