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별다른 검토 없이 결정"…이완규, 지명 연락받은 즉시 수락
공직기강실 "당일 결과 불가능, 검증 생략"…이원모 "그렇게하라"
(서울=연합뉴스) 이밝음 전재훈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할만한 법조인 명단을 구두로 보고받은 뒤, 이완규·함상훈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다음 날 오전까지 마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전 총리의 지시에 따라 통상 2∼3주가 걸리던 인사검증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12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 국회에 제출한 한 전 총리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지난 4월 7일 오전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을 총리 집무실로 호출했다.
한 전 총리는 김 전 수석에게 "내일 국무회의를 통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해야 한다"며 "어떤 사람을 임명할지 추천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수석은 한 전 총리에게 구두로 이완규·함상훈이 포함된 10여명의 법조인 이름을 말했고, 한 전 총리는 별다른 검토 없이 "이완규, 함상훈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 총리가 "내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완규, 함상훈을 지명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검증을 진행하라"고 지시하면서 대통령실 인사검증 절차도 빠르게 진행됐다.
김 전 수석은 정진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헌법재판관 지명 사실을 보고하고 후보자들에게 연락해 수락 여부를 확인했다.
당시 이 후보자는 연락을 받은 즉시 지명을 수락했다고 한다. 반면 함 후보자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취지로 대답한 뒤, 같은 날 오후 이원모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재차 연락하자 수락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들에게 "오늘 중으로 이완규, 함상훈에 대한 인사검증을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A 행정관은 이 전 비서관에게 "당일에 결과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경찰청 세평조회 및 국가정보원 신원조사 의뢰는 생략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했고, 이 전 비서관은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7일 오후께 두 후보자의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받았다. 국세청의 소득 및 납세자료는 7일 오후 9시 50분에야 받을 수 있었고, 경찰청의 범죄경력조회는 당일에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과거 인사검증 자료 등을 참고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으로 검증보고서 작성했고, 8일 오전 7시경 이 전 비서관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한다.
경찰청은 8일 오전 9시 11분께 두 후보자에 대한 범죄경력을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증보고서 작성이 끝난 시점이다.
한 전 총리는 8일 오전 9시께 헌법재판관 지명 담화문을 작성하라고 지시했고, 1시간 뒤인 10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와 정 전 실장, 김 전 수석, 이 전 비서관 등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등 비상계엄 선포 관련자들의 헌법재판이 윤석열 정부에 유리하게 선고되도록 하기 위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계획했다고 봤다.
하루 만에 인사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부에서 인사검증을 언제부터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헌법재판관 지명을 계획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면서 공직기강비서관실 직원들이 헌법재판관 적합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문제없다'는 결론의 검증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만들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또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검증과 국가정보원의 신원조사를 요청하지 않아 이들의 권리 행사도 방해했다고 봤다.
통상적인 인사검증 실무에 의하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보고서 회신에 2∼3주, 경찰청의 세평 조회 회신에 일주일, 국가정보원의 신원조사 회신에 약 2주일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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