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한은 총재 이창용의 남은 과제 세가지는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에서) 어떤 분들은 저에게 이상한(weird) 중앙은행 총재라고 합니다. (중앙은행의 본업인) 금리정책뿐 아니라 고령화, 교육, 노동시장 등 구조적 문제도 함께 이야기하기 때문이죠.”

(사진= IMF)

11일(현지시간) 공개된 국제통화기금(IMF) 팟캐스트 ‘중앙은행 총재와의 대화’(Governor Talks)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구조적 연구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더이상 금리 정책 만으로 경기를 조정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힘든 상황에서 한은법 1조에 규정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연구와 개선 노력에 한은이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넘어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성장 요인까지 다뤄야 한다고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에서는 꽤 민감한 질문”이라면서도 “(구조적 문제 논의가) 중앙은행의 ‘물가안정’이라는 기본 임무와 상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통화정책을 수립하려면 경제 환경 변화의 주요 요인이 순환적 요인인지 구조적 요인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한국의 최근 성장률 둔화를 설명할 때는 단순한 경기순환 요인뿐 아니라 고령화나 글로벌 공급망 변화 같은 구조적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결제은행(BIS)회의에서도 통화정책뿐 아니라 구조적 이슈까지 깊이 있게 논의한다”며 “과거 한은은 ‘통화정책 외의 사안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통이 강했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의 중앙은행은 재정·구조 정책에 대해 재무부 등과도 활발히 소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은이 단순히 중앙은행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을 이끄는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정부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의 안정,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의 시스템 안정 측면에서는 정부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도 했다.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남은 과제를 묻는 질문에도 한은이 구조적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점을 첫 손에 꼽았다. 이 총재는 “한은이 경기적 요인보다 구조적 사안들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맞추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 연구의 방향이 지속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현재 진행 중인 예금 토큰 시범사업(프로젝트 한강)이 계속 확대돼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장·단점을 검증하고, 예금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을 함께 운용하는 다양한 실험적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시장과의 소통 강화를 남아 있는 과제로 들었다. 이 총재 취임 이후 금통위는 시장에 대한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 차원에서 금통위원들의 3개월 내 금리전망을 제시하고 있는데, 금리전망 대상 기간을 확대하거나 연방준비제도와 같이 점도표를 공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더욱 발전시키고, 시장과의 의사소통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이 계획의 본격적인 시행 여부는 제 후임 총재가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터뷰는 지난 10월 이 총재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G) 연차총회’ 참석차 이 총재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