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한화 그룹의 호주 조선사 오스탈(Austal) 지분 확대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다만 향후 경영권 인수 시도나 이사회 진입과 관련해서는 추가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디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The Australian Financial Review)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짐 차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각) "오스탈 지분을 9.9%에서 19.9%로 늘리는 한화의 제안에 대해 엄격한 조건들 아래 반대하지 않기로 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명확한 권고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차머스 장관은 국방 및 외교 당국과의 장기간에 걸친 신중한 협의 끝에 이뤄졌으며 이번 결정이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국가 안보와 국익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3월 장외거래를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한 바 있으며 지분율을 19.9%까지 올리기 위해 호주와 미국 정부에 승인을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오스탈 측은 승인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패디 그렉 오스탈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승인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한화의 데이터 접근 제한이나 이사회 진입과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에 대해 어떤 설명도 받지 못했다"며 "심사 과정이 재무장관과 한화 간 비공개로 진행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상 기업인 오스탈이 논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놀라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렉 CEO는 "한화가 아직 이사회 진입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는 없다"며 "만약 요청이 있을 경우, 기회와 잠재적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언급한 민감 정보 보호와 데이터 관리 문제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오스탈은 호주 내 유일한 대형 조선사로, 미 해군과 체결한 3건의 대형 계약을 포함해 총 70억달러 규모의 방산 계약을 수행 중이다. 현재 수주 잔고는 140억달러를 웃돌며, 호주 퍼스와 미국 앨라배마, 필리핀, 베트남 등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오스탈은 지난 8월 호주 연방정부로부터 ‘전략적 조선사’로 지정됐으며, 퍼스 헨더슨 조선소에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설계한 모가미급 프리깃 8척 건조를 주도할 예정이다.
그렉 CEO는 한화의 지분 확대 승인과 관련해 "프리깃 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며 "미쓰비시중공업이 요구하는 데이터 접근과 저장, 지식재산 보호 요건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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