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은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은행을 통한 대표적인 은 투자 수단인 실버뱅킹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수급 불균형으로 실버바 판매가 중단된 상황에서 실물투자 대신 대체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향후 은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12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은 가격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준 트로이온스당 61.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인 9일 온스당 60.84달러로 사상 처음 6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1일에는 장중 62달러 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연초 온스당 28달러 수준이었던 은 가격은 올해 들어 100% 넘게 급등하며 같은 기간 약 60% 상승한 금 가격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은값 급등의 배경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와 글로벌 수급 불균형이 꼽힌다. Fed는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올해 들어 세 번째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로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금·은 등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공급 대비 수요 증가도 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에서 은 재고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기·전자, 태양광 산업 등에서 은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광산 생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실물 은 투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으로 지난 10월 20일부터 시중은행을 통한 실버바 판매가 잠정 중단됐다. 이에 따라 실물 대신 계좌를 통해 은에 투자하는 실버뱅킹 상품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신한은행이 2015년 8월 출시한 '실버리슈'는 시중은행 중 유일한 은 계좌 상품으로, 실물 인출 없이 은을 그램(g) 단위로 매입할 수 있다. 올해 초 1만6958좌였던 계좌 수는 12월 10일 기준 2만5050좌로 늘어 1년 새 1만 좌 가까이 증가했다. 잔액도 올해 초 477억원에서 1685억원으로 불어나며 약 4배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은 실물 수급 여건을 감안할 때 은 가격 강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내년 은 가격 전망치를 기존 온스당 40~60달러에서 45~7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로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은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며 "단기적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70달러 수준까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도 "은은 금의 대체 투자 자산으로 금 투자 수요 증가의 수혜를 받아왔지만 실물 시장 규모가 작고 산업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 진입했다"며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재고 축적 움직임 역시 은 가격 상승을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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