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기술을 가졌음에도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지 못해 좌초하는 스타트업이 부지기수인 혹한기다. 이러한 가운데 공공이 공간을 무상에 가깝게 제공하고, 민간 액셀러레이터(AC)가 실탄(투자금)을 채워 넣는 '경기도형 민관 협력 모델'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으며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경기 남서부권 창업혁신공간'.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 그리고 민간 운영사인 에이씨엔디씨가 주관한 '2025년 창업혁신공간 컴퍼니빌더 지원사업' 성과공유회 현장은 단순한 행사장을 넘어 생존과 도약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철저한 '역할 분담'에 있다. 통상적인 관 주도 사업이 자금 지원에 그치거나 보여주기식 멘토링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이번 프로젝트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정비 부담인 '공간' 문제를 공공이 해결했다.
경과원은 안양 등 창업혁신공간을 통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서울 및 수도권의 살인적인 임대료를 고려할 때, 초기 스타트업에게 무상 혹은 저렴한 사무공간은 곧 생존 기간의 연장을 의미한다. 여기에 에이씨엔디씨라는 민간 AC가 결합해 '하드웨어(공간)' 위에 '소프트웨어(보육 및 투자)'를 얹었다.
현장에서 만난 기업 관계자들은 "임대료 등 고정비 절감이 단순한 비용 아끼기를 넘어, 제품 개발과 인력 채용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줬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성과공유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실제 투자 집행 여부였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AC들의 지갑도 닫힌 상태지만, 에이씨엔디씨는 보육 기업 중 성장 가능성이 검증된 3곳에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빌드하다(대표 김석희) ▲스튜디오비비비(대표 임권영) ▲에피코드(대표 김지은) 등 3개사는 운영사로부터 직접 투자를 확정 지었다. 단순히 시드 자금을 수혈하는 것을 넘어, 운영사가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BM)을 확신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후속 연계 성과도 눈에 띈다. ▲첫장컴퍼니(대표 장원봉)와 ▲엠테라벡스(대표 신주엽)는 컴퍼니빌더의 밀착 코칭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와 립스(LIPS) 연계에 성공했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밀어주는 투자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김경복 에이씨엔디씨 공동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서도 혁신 기술과 시장 밀착형 BM을 가진 기업들이 성장판을 마련했다"며 "민간의 전문성을 공공 인프라와 융합해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과공유회는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나는지를 보여준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관은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인프라를, 민은 시장의 논리에 따른 기민한 투자와 육성을 맡는 구조가 유효함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다만 과제는 남는다. 일회성 투자 유치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 선발된 기업들이 실제 시장에서 성장할 때까지 '스케일업' 단계에서도 민관 협력의 끈이 이어질 수 있느냐다. 초기 보육 이후 단계에서의 지원 절벽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향후 경기도 창업 생태계 활성화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경기도와 에이씨엔디씨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도 사업에서도 기업 발굴과 육성 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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