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금호동이 조용하지만 꾸준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팝업스토어와 감각적인 맛집으로 붐비는 성수동과 달리 금호동은 거주민 중심의 생활권을 고수하며 '아는 사람만 아는 동네'라는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외부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지역은 아니지만 오래된 단골층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매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금호동을 실거주지로 선택하면서 '숨은 인기 동네'라는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조용함·프라이버시·생활 인프라…연예인들이 선택한 금호동의 조건
금호동은 최근 연예인들의 선호 주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로 인기를 얻은 배우 이도현과 박성훈이 금호동에 거주하고 있다. 트와이스 지효와 배우 남궁민, 유승호, 이광수, 임지연 등 다양한 분야의 연예인들이 금호동을 주거지로 선택했다. 과거 금호동에 거주했던 방송인 전현무는 "아파트 단지 내 카페가 연예인들이 들르는 방송국 대기실 같은 분위기"라고 언급하며 금호동이 연예인들의 선호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인기의 배경에는 뛰어난 입지 조건이 지목된다. 금호동에서는 강남·압구정·청담뿐 아니라 여의도와 상암 등 주요 방송국까지 이동이 수월해 촬영 및 일정 관리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언덕을 기반으로 한 주거 단지는 자연스럽게 외부 동선과 분리돼 조용한 환경과 높은 프라이버시를 제공한다. 인근 한남동이나 성수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강 조망권과 풍부한 녹지 등 쾌적한 거주 환경 역시 실거주 수요를 꾸준히 끌어들이는 요소다.
금호역 출구로 나오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금남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금호 일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금남시장과 주변 골목길은 1990년대 후반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정취 있는 가게들이 자리해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익숙한 생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 기반은 SNS에서도 확인된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분석 결과 #금호동네일 12만1000건, #금호동미용실 3만건, #금호동애견미용 2만8000건 등 주민 일상 중심의 콘텐츠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금호동맛집(9만7000건), #금호동카페(4만7000건) 역시 지역 내 일상 소비가 활발함을 보여주며 금호동이 외지인보다 주민 중심의 생활 밀착형 동네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주민들은 금호동 분위기를 "사람 냄새가 나는 동네"라고 표현하고 있다. 골목 어귀마다 작은 카페와 와인바, 이자카야 등이 자리해 있고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가게들과 새로운 가게가 자연스럽게 공존해 금호동 고유의 지역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문정 씨(43·여)는 "오래된 가게들이 많아 동네 자체에서 정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번화함보다 '생활'이 중심…조용함이 만드는 금호동 상권의 매력
금호동의 상권은 외지인 유동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에서도 매출이 유지되는 독특한 구조를 보인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금호역이 위치한 금호2·3가동의 올해 2분기 유동 인구는 8만7690명으로 전 분기 대비 6119명 감소했다. 그러나 점포당 월 매출은 같은 기간 647만원으로 오히려 33만원 증가했다. 관광객 중심의 상권이 아닌 실거주민 중심의 안정적인 소비 기반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구조는 조용한 생활권을 선호하는 연예인들의 주거 기준과도 맞아떨어진다. 방문객이 몰리는 번화가보다 조용하지만 필요한 생활 인프라는 모두 갖춘 동네가 사생활 보호와 편안한 일상 유지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식당·카페·편의시설 이용에 제약이 없으면서도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는 점이 금호동의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신금호역과 금호역 일대는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공실이 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금호동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가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지인에게 낯설지만 지역민에게는 익숙한 공간들이 꾸준히 유지되며 SNS에서는 "금호동에서 우연히 연예인을 봤다"는 후기가 종종 올라온다.
금남시장 주변에는 최근 분위기 좋은 식당과 주점이 새롭게 등장해 지역 상권의 자연스러운 활력을 더하고 있다. 르데스크가 평일 오후 방문했을 때에도 시장 내부에 위치한 한 칵테일 바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금호동을 홍보하는 로컬 콘텐츠도 활발하다. 유튜버 '해리포터'(윤상)는 '금호동 보안관'으로 불릴 만큼 금호동 기반 영상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며 동네의 숨은 매력을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금호동에 40년 가까이 거주해온 한영란 씨(63)는 "20대 초반 결혼 후 금호동으로 이사 왔는데 한 번 살기 시작하면 떠나기 어려울 만큼 편안한 동네"라며 "화려한 번화함보다 조용한 일상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안정적이고 친근한 살기 좋은 동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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