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일대가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됐다.
서울 종로구 종묘 모습 / 뉴스1
12일 정부 관보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종묘 일대 19만 4천여 ㎡(약 5만 8천712평) 범위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했다. 지난달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세계유산지구 지정 안건이 통과됐으며, 관보 고시를 통해 행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체계적인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해 세계유산지구를 지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은 국가유산청장이 필요한 경우 세계유산지구를 지정해 관리하도록 했다.
세계유산지구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유산 구역', 유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주변 구역인 '세계유산 완충구역'으로 구분된다.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되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건축물 또는 시설물을 설치·증설하는 사업'을 할 때 세계유산 영향 평가(HIA)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해당 사업이 세계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예측·평가하고, 예상되는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막거나 감소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려는 절차다.
현행법은 세계유산지구 밖이라도 세계유산의 특성, 입지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하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종묘 세계유산지구 지정 관보 / 정부 관보 제공
세운4구역의 경우, 종묘 세계유산지구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지구가 지정되면 세계유산 영향 평가의 공간적 범위 대상이 설정되므로 종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에 영향 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종묘 맞은편에 최고 145m 높이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당장 막을 수는 없으나 서울시나 사업 시행자에게 영향 평가를 받으라고 요청할 근거가 된다는 의미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 영향 평가와 관련한 법·제도를 보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국토부와 협의를 끝냈고 내년 3월 이내 공포할 예정이다. 새 시행령에는 영향 평가 대상이 되는 사업의 구체적 범위, 평가 항목, 방식과 절차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종묘 앞 재개발을 추진 중인 서울시는 세계유산 보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국가유산청의 관련 법규 개정 움직임에 대해 '과잉 규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는 11일 입장 자료를 내 “개정안에 담긴 세계유산 보존 취지에는 공감하나, 기존 도시계획 체계와 충돌하는 과잉 중복 규제이자 사실상 중앙정부의 사전 허가제”라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날뿐더러 도시 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강북 죽이기 법'”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규제로 인해 사업이 무기한 지연되면 그동안 재정비를 기다려온 주민들은 재산권을 직접 위협받을 뿐 아니라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 등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유산 반경 500m 이내에는 노후화된 주거 밀집 지역이 많아 일률적인 규제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불가능해질 경우 지역 주민들은 주거 환경을 개선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시민들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주변 지역이 낙후된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장기적 관점에서 유산을 보호하는 데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행령 개정안의 영향을 면면이 따져 보다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이 마련되도록 지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고층 건물 재개발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련 법과 제도 보완이 향후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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