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 아이린 히긴스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본거지에서 트럼프에게 내린 꾸짖음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서 오랫동안 민주당의 텃밭이었고 마이애미 시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공략해 승리했다.
그의 지지자들은 마이애미에 대통령 도서관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마이애미 출신이며 트럼프의 참모들은 이곳에서 외국 당국자들과 회의를 가져왔다.
트럼프는 내년 마이애미 인근 도럴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애미 시장실을 민주당에 넘기면서 플로리다 남부에서 오래도록 고전해온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두 가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한다.
다수 주민이 외국 출신인 이 도시에 큰 충격을 준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유권자들이 거부했고, 주거비에서 식료품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비용 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찬반이 가장 큰 실질적 쟁점이었다.
지난해 트럼프에 투표한 공화당 등록 유권자 마리벨 도나토(60)는 트럼프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생활비가 내려가지도 않았고, 그의 이민 단속이 전과 기록이 없는 사람들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도나토는 “오랫동안 이곳에 살며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인구 약 46만 명의 마이애미는 히스패닉 비율이 67%, 외국 출생 비율이 55%에 달한다. 이민 정책이 다수 주민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는 히스패닉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대부분 강경한 이민 정책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민 단속으로 작업장이 폐쇄되면서 일자리를 잃고 지역사회가 흔들리면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약해졌다.
민주당원 세실리아 타베라-웨브먼(69)은 “이번 선거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완전한 거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민자들을 대규모로 구금·추방하는 것이 비인도적이라며 “마이애미에서는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이애미 출신 카를로스 쿠르벨로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강경 이민 정책이 반대 여론을 촉발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쿠르벨로는 “정상적 상황이라면 공화당에게 최소한 박빙의 승부가 됐을 것”이라며 “친 이민 성향이 강한 이 도시에서 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 정책은 극도로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생활비 부담 증가 문제도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이애미는 미국에서 가장 주거비 부담이 높은 도시 중 하나이며 주민들은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있다. 또 최근 몇 년 동안 전국 평균을 웃도는 물가 상승을 경험했다.
여론조사업체 벤딕센앤아만디인터내셔널이 지난 10월 발표한 조사에서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유권자의 56%가 생활비 문제로 카운티를 떠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답했다.
히긴스 당선자는 선거 운동에서 저렴한 주택 건설 확대, 소기업 지원 증대, 대중교통 개선을 공약함으로써 생활비 부담 문제를 파고들었다.
주거비 부담은 지난달 전국 각지의 주지사·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한 중요한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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