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더봄] 월동 준비하고 나니 겨울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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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섭 더봄] 월동 준비하고 나니 겨울이 따뜻하다

여성경제신문 2025-12-12 10:00:00 신고

김장을 위해 무는 얼기 전에 뽑아야 한다. /박종섭
김장을 위해 무는 얼기 전에 뽑아야 한다. /박종섭

사계절이 있는 우리에게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진다. 대부분 동물은 굴속에서 잠을 자고 겨울을 난다. 거센 추위가 몰아치고 땅은 얼어붙는다. 무성하고 왕성하던 논밭의 곡식은 이미 수확을 끝냈고, 도토리나무도 잎과 열매를 떨구고 이미 겨울 준비에 들어갔다.

다람쥐도 겨울을 나기 위해 도토리나 밤을 저장하지 않는다면 겨울을 나기 어렵다. 벌써 첫눈이 내린 산과 들은 흰 눈에 덮여 겨울왕국이 된 듯했다. 우리도 진작에 겨울 준비를 위해 김장을 서둘렀다.

작은 무씨 하나가 이렇게 왕성하게 자랐네요. /박종섭
작은 무씨 하나가 이렇게 왕성하게 자랐네요. /박종섭

요즘 돈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김치도 김치 공장에서 만들어 판다. 김치의 종주국이 대한민국인데도 중국에서 만들어진 값싼 김치가 식탁에 오른다. 시중에서 파는 식당 김치는 대부분 중국산 김치라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어떻게 재배하여 무엇을 넣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저 값이 싸니 중국 김치를 사용한다.

김장용 무 배추는 재배하기도 어렵지만, 김장을 만드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텃밭에 배추를 키워보면 알 수 있다. 벌레들이 달려들어 어린 이파리를 사정없이 뜯어 먹는다. 그러기에 최소한의 약한 약을 어릴 때 써야 하고 틈만 나면 벌레를 잡아 줘야 한다.

벌레가 뜯어 먹은 배추가 정상인데 그런 배추는 보기에도 안 좋고 상품 가치도 떨어진다. 대량으로 수입하는 배추는 얼마나 농약을 쳤는지 알 수가 없다. 벌레와 병충해 예방을 위해서는 약을 쓰지 않을 수 없지만, 정도의 문제다. 어릴 때부터 수확이 가까워질 때까지 농약을 사용했다면 우리 인체에도 좋을 게 없다.

포기를 안아가는 잘 자란 배추의 모습 /박종섭
포기를 안아가는 잘 자란 배추의 모습 /박종섭

내가 텃밭에 무 배추를 기르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씨를 뿌리고 어린 모종을 사다 심어 싹이 나고 자라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이다. 흙에 묻은 작은 씨앗에서 흙을 비집고 어린싹을 ‘쏙’ 내밀 때의 모습이란 얼마나 귀엽고 대견스러운지 모른다. 생명의 신비란 이런 것이다.

들의 잡풀 하나도 이런 과정을 거친다. 자랄 때의 모습 또한 다르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과 꽃피고 열매를 맺는 과정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감탄스럽다. 이럴 때쯤 벌레들도 먹고 살겠다고 몰려든다. 자연 속에서 벌어지는 일상이다.

내가 먹을 텃밭은 최소한 무공해로 키워야 제맛이다. 텃밭이 마르면 수시로 물도 퍼다 주고 벌레도 잡아줘야 한다. 그렇게 가을이 되면 무씨 하나는 제법 굵고 묵직한 무가 된다. 배추는 커서 한 아름에 들기도 어려운 포기 배추가 된다. 내가 농사지어 키운 무공해 배추가 김장하기에 최적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노란 배춧속은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박종섭
노란 배춧속은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박종섭

김장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며칠 전부터 마늘을 까 준비해야 한다. 마늘 까는데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린다. 서너 시간은 기본이다. 마늘을 까다 보니 아내가 웃으며 한마디 한다.

“옛날 아버지 어머니 생각이 나네. 늘 저녁이면 두 분이 앉아서 마늘도 까고 뭔가 하셨는데 이제 우리가 그러고 있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나 보다.

김치를 사 먹을까 하다가도 막상 내키지 않는다. 텃밭에 키워 놓은 무 배추가 있으니 다시 시작이다. 가락시장에 가서 재료를 구입해 왔다. 무와 배추는 얼기 전 뽑아 깨끗이 씻어 놓았다. 배추의 노란 속이 탐스럽다. 한 조각 뜯어 먹어보니 단맛이 난다. 김치도 배추의 원재료가 좋아야 한다.

부족한 배추는 국내산 절임 배추를 구입했다. 무를 채로 썰고 양파, 쪽파, 대파, 청갓, 홍갓, 배, 생강, 멸치액젓, 굴을 섞고 소금으로 간을 하며 고춧가루로 모양도 낸다. 배춧속을 대야에 넣어 섞으니 제법 보기에도 좋은 재료가 되었다. 절임 배추에 잘 섞인 붉은 배춧속을 골고루 묻혀가며 김치통에 넣는다.

김장 준비가 된 배추 /박종섭
김장 준비가 된 배추 /박종섭

김치 담그면서 전통적으로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수육을 만드는 일이다. 아내는 미리 사 온 덩이 고기를 들통에 넣고 삶아 수육을 만들었다.

김장김치에 수육은 환상적인 조합이다. 잘 삶아진 수육은 식감도 좋고 부드럽다. 갓 만든 김장김치 한쪽에 수육과 신선한 굴 한 조각 넣어 입안에 넣으면 행복감이 충만해진다.

남은 재료로 갓김치와 파김치를 별도로 담가 놓았다. 여러 과정을 거치며 드디어 한 겨울 먹을 김치를 완성했다. 해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김장하고 나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 이제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먹고 지낼 기본적인 밑반찬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될 한국인이 사랑하는 김치의 완성이다.

어린 모종을 길러 키운 배추로 김장김치 완성,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박종섭
어린 모종을 길러 키운 배추로 김장김치 완성,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박종섭

보기 좋고 먹기 좋은 김치가 맛과 멋을 지닌 채 김치냉장고에 저장된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김치로, 김치찌개로 우리의 식단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K-푸드의 김치가 점점 활로를 넓혀가고 있다. 완성된 김치를 저장하고 나니 눈보라 치는 한 겨울도 걱정이 사라지고 무척 따뜻하게 느껴진다.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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