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초기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질서를 갖춰 갔는지는 현대 천문학의 핵심 질문으로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빅뱅 직후의 은하들이 불규칙하고 작은 집단 형태에 머물렀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관측이 본격화되며 이 가정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이번에 포착된 '알라크난다'는 초기 우주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구조적 안정성을 갖추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인도 타타기초연구소 산하 국립전파천체물리학센터(NCRA-TIFR)의 라시 제인(Rashi Jain)·요게시 와다데카르(Yogesh Wadadekar) 연구팀은 JWST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이 은하를 찾아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게재됐다.
◆ 우주의 시간 감각을 재조정하게 만든 '알라크난다'
빅뱅 후 약 15억 년, 즉 현재 우주 나이의 10% 시점에 이미 성숙한 형태의 대형 나선은하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기존 이론에 큰 도전이다. 초기 우주는 작은 은하들의 충돌과 합병이 빈번한 시기로, 정교한 구조가 자리잡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JWST로 확인된 '알라크난다(Alaknanda)'는 두 개의 대칭 나선팔을 지닌 이상적인 그랜드디자인 구조의 은하다. 직경 약 3만 광년에 이르는 회전 원반과 밝은 중심부인 벌지, 그리고 활발한 별 생성률을 갖춘 완성도 높은 은하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 은하는 연간 태양 질량 1~3개 수준의 별을 탄생시키지만, 알라크난다는 이보다 약 20배 빠른 속도로 새로운 별을 만든다. 은하 전체 질량은 태양 100억 개에 해당하며, 그 절반은 단 2억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 은하가 "마치 시간을 빨리 감기한 듯한 속도로" 성장했다고 설명한다.
알라크난다는 거대한 은하단 아벨 2744(판도라 성단) 뒤편에 자리하며, 성단의 중력이 뒤쪽 은하의 빛을 증폭하는 중력렌즈 효과 덕분에 JWST가 세밀한 구조를 포착할 수 있었다.
◆ 초기 우주는 예상보다 정교하고 빠르게 정리됐다
연구팀은 JWST의 UNCOVER·MegaScience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한 21개 필터 자료를 바탕으로 별의 양, 먼지량, 별 생성 이력 등을 정밀하게 측정했다. 그 결과 알라크난다가 초기 우주의 은하로서는 드물게 높은 조직화 수준을 지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알라크난다의 나선 구조는 두 가지 가능성으로 설명된다.
첫째, 차가운 가스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밀도파가 형성됐을 가능성.
둘째, 작은 위성 은하와 상호작용하여 나선팔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다.
다만 두 번째 시나리오는 구조가 장기간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알라크난다처럼 뚜렷하고 안정적인 형태를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알라크난다는 현재까지 관측된 은하 가운데 가장 먼 거리에서 확인된 원반형 은하이자 이상적 나선은하로 평가된다. 이번 발견은 초기 우주가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이미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JWST가 더 많은 초기 은하를 포착하게 될수록, 우주의 진화 시간표는 다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알라크난다는 초기 우주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질서를 형성해 왔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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