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더 깊어진 겨울이면 굴의 풍미가 절정으로 오른다. 해수가 차가워질수록 알이 단단해지고 향이 뚜렷해져 집에서도 굴 요리를 찾는 이가 많아진다.
굴은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달걀옷을 입혀 노릇하게 구워낸 ‘굴전’은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별미다. 조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아 겨울 저녁 반찬이나 술안주로 부담 없이 준비할 수 있다. 촉촉하면서도 고소한 굴전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 더욱 어울리는 메뉴다.
물기 잡기 위한 30초 데치기
굴전의 식감을 결정하는 첫 단계는 수분 관리다. 굴을 바로 팬에 올리면 열이 닿으면서 내부 수분이 빠르게 빠져나와 굴전이 금세 눅눅해진다. 이를 막으려면 데치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먼저 굴을 소금물에 가볍게 흔들어 씻고 헹군다. 냄비에 물 세 컵과 소금, 식초를 각각 한 큰술 넣고 팔팔 끓인 뒤, 손질한 굴을 넣어 딱 30초만 데친다. 식초는 굴의 비린내를 잡고 살을 단단하게 만든다. 데친 굴은 찬물에 식혀 물기를 충분히 뺀다. 이 과정은 번거로워 보일 수 있지만, 굴전의 모양을 잡고 쫄깃한 식감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노른자 추가한 ‘황금 비율’ 계란물
굴의 물기를 빼는 동안 계란물을 준비한다. 전란 두 개에 노른자 하나를 더 추가해 섞는다. 노른자 비율을 높이면 전의 색감이 한층 노랗고 먹음직스러워지며, 맛 또한 훨씬 고소해진다. 여기에 소금 한 꼬집을 넣어 간을 맞춘다.
향긋함을 더하고 싶다면 부재료를 넣는다. 대파 한 대와 청양고추, 홍고추를 잘게 다져 계란물에 섞으면 굴과 잘 어울린다. 채소의 알록달록한 색감이 더해져 보기에도 좋고, 익으면서 올라오는 채소 향이 굴의 맛을 한층 돋워준다.
전분으로 얇게 코팅하기
물기가 빠진 굴은 전분으로 얇게 옷을 입힌다. 부침가루나 밀가루를 써도 되지만, 감자전분을 사용하면 식감이 훨씬 바삭하고 쫄깃하다.
위생 비닐봉지에 굴과 감자전분 4큰술을 넣고 입구를 막은 뒤 살살 흔들어준다. 이렇게 하면 손에 가루를 묻히지 않고도 굴 표면에 전분을 얇고 고르게 입힐 수 있다. 전분이 너무 두껍게 묻으면 텁텁할 수 있으니 살살 털어내는 것이 요령이다.
굽기와 마무리
전분 옷을 입은 굴을 준비해 둔 계란물에 퐁당 빠뜨려 옷을 입힌다. 달궈진 팬에 식용유를 자작하게 두르고, 굴을 하나씩 올려 중약불에서 굽는다. 센 불에서 급하게 익히기보다 천천히 구워야 타지 않고 굴 향이 살아난다.
노릇하게 완성된 굴전은 초간장보다 초장에 찍어 먹을 때 궁합이 좋다. 살짝 데쳐낸 굴의 촉촉함과 달걀의 고소함이 초장의 새콤함과 어우러져 입맛을 당긴다. 제철 굴 본연의 맛을 가장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조리법이다.
굴전 레시피 총정리
■ 요리 재료
봉지굴 400g, 달걀 3개, 소금 약간, 대파 1대, 청양고추 1개, 홍고추 1개, 식초 1큰술, 감자전분 4큰술
■ 만드는 순서
1. 굴은 소금물에 가볍게 씻은 뒤, 끓는 물(소금+식초)에 30초간 데쳐 찬물에 식힌다.
2. 전란 2개와 노른자 1개, 소금 한 꼬집을 섞고 다진 대파와 고추를 넣어 계란물을 만든다.
3. 물기를 뺀 굴을 비닐봉지에 넣고 감자전분 4큰술과 함께 흔들어 얇게 코팅한다.
4. 전분 묻힌 굴을 계란물에 적셔 기름 두른 팬에 올린다.
5. 중약불에서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낸 뒤 초장과 함께 낸다.
■ 오늘의 레시피 팁
- 굴은 오래 데치면 질겨지므로 30초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 전분은 얇게 입혀야 계란물이 겉돌지 않고 잘 붙는다.
- 기름은 튀기듯 많이 붓지 말고, 바닥에 깔릴 정도로만 둘러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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