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제1원칙: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 "제2원칙: 제1원칙을 절대 잊지 마라.". 투자 대가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은 돈을 읽지 않는 '리스크 최소화'에 있다.
바이오·제약 업계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통한다.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은 단순한 '주가 부양용 이벤트'가 아니라, 회사의 장기 가치에 대한 내부자의 확신을 보여주는 리스크 최소화 전략이다. 사업 구조와 미래 현금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가 자신의 돈을 투입한다는 것은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영구적 손실 가능성이 낮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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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너 지분 매입 "성장 동력 자신감"
3일 이데일리는 최근 제약바이오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 흐름을 전수 조사해 기업별 전략, 지배구조 변수, 시장 평가까지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누가, 왜, 언제, 얼마나 샀는지, 그리고 그 매입이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삼일제약(000520)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허승범 삼일제약 회장은 지난 2023년 6월을 시작으로 수차례 자사주 장내 매수를 단행해 지분율을 8%대 중반까지 끌어올렸다. 허승범 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2월부터 10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총 8만주 이상을 매입했다. 특히 동생 허준범 전무 등 지난 3월부터 8월 사이 네 차례 걸쳐 38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삼일제약은 골관절염 신약 로어시비빈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올해 4분기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점안제 의약품 위탁생산(CMO) 공장은 대만 포모사와의 ‘APP 13007’ 생산 계약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 공장은 현재 한국 KGMP·미국 cGMP·유럽 EU-GMP 인증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오너의 강한 매입은 이러한 성장 모멘텀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지난달 3일 자사주 2500주(약 3억원)를 장내 매수했다. 메디톡스(086900)는 세계 최초 콜산 기반 지방분해주사제 뉴비쥬주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첫 케미컬 신약을 확보했다. 기존 제품 대비 이상반응을 낮춘 것이 특징이며 7년 만에 상업화에 성공했다.
경동제약(011040) 창업주 류덕희은 회장도 87세 고령에도 지난 10월 24·27·30일 사흘간 7140주를 추가 매수했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너일가뿐 아니라 임원급에서도 주식 매입 소식이 있다. 정준일 명문제약(017180) 상무는 최근 10만 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명문제약은 자회사 더반골프클럽 매각을 추진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각 시 현금 유입과 단기차입금 상환, 이자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가 가능해진다. 매각가는 500억~600억원이 거론된다.
JW홀딩스(096760)도 눈에 띈다. 오너 4세인 이기환 상무가 지분율을 4%대 중반까지 확보하며 영향력을 조금씩 키우는 모습이다. 이 상무는 JW홀딩스 지분을 '2021년 2.51% → 2024년 3.94% → 2024년 말 4.30% → 현재 4.34%' 순으로 매년 꾸준히 늘려왔다. 이 상무는 2024년에도 2~3월 12차례, 7월 8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주식을 매수했다. 이 상무는 지난 10월에도 한 달 동안 2만9504주를 장내 매수하며 지분 확충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부친 이경하 회장이 과거 장내매수로 지배력을 구축했던 정공법적 승계 방식을 일정 부분 답습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JW홀딩스는 현재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만큼 지분 매입이 경영 참여 의지와 직결된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일양약품(007570)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측된다. 오너 3세인 정희석 대표는 최근 장내에서 5000주를 매수하며 지분을 확대했다. 지분율은 0.05%에서 0.13%로 증가했다. 일양약품은 최근 몇 년 동안 사업 체질 개선과 R&D 투자 확대를 병행하고 있어, 오너의 지분 매입이 '주주들에게 보낸 중장기 성장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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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자에게 가장 신뢰도 높은 '내부자 매수 시그널'
투자자 관점에서 오너의 지분 확대는 비교적 분명한 투자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오너의 지분 매입은 곧 회사 가치에 대한 신뢰 표현이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자기 자본을 투입한다는 것은 기업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직접적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제약·바이오처럼 불확실성이 큰 산업에서 오너의 행동은 말보다 강한 근거로 작용한다.
지분 확대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도 갖는다. 오너리스크나 승계 과정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시장에서 적용되던 지배구조 할인이 줄어들며 이는 곧 밸류에이션 정상화로 이어진다.
실제 시장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장내매수를 단행한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오너의 매입가 아래로 주가가 떨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 공시 직후 단기 반등은 물론 일정 기간이 지나도 매입 단가가 강력한 지지선처럼 작용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구체적으로 JW홀딩스 취득단가 3170~3295원인데 반해 현재 주가는 1일 기준 3670원에 이른다. 경동제약은 매입가 5820~5970원이고 현재 주가가 5930원을 나타냈다. 삼일제약의 매입가는 9365원이고 현재 주가는 1만440원으로 올라있다. 대한약품의 장내 매수가는 2만9100~2만9125원인데 현재 주가 역시 2만9050원을 기록했다.
메디톡스는 12만1427원이 매수가인데 주가는 12만5600원을 형성하고 있다. 명문제약은 1561원이 매입가인데, 주가는 1712원까지 올랐다. 녹십자엠에스는 매입가가가 4025~4120원, 4130원 등인데, 현재가 역시 4125원을 유지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너 지분 매입은 가장 신뢰도 높은 형태의 내부자 매수"라며 "특히 사업 리스크가 큰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오너의 지분 확대가 곧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긍정 신호"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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