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웨일스 대표팀의 31세 수석코치 피트 크레머스는 현재 유럽 축구에서 가장 빠른 성장 곡선을 보여주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스포츠웹진 디애슬레틱은 12일 보도한 컬럼에서 크레머스가 어떻게 아주 어린 나이부터 이미 세계적인 감독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의 이름이 앞으로 더욱 크게 주목받게 될지를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소개했다.
■ 14세부터 시작된 비정상적인 성장 속도
크레머스는 어린 시절부터 이미 평범한 축구인을 벗어난 길을 걷고 있었다. 14세에 지역 유소년팀 두 개 연령대를 동시에 지도하며 코칭을 시작했고, 18세에는 NEC 네이메헌의 분석 인턴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7일 내내 축구만 하는 삶을 살았다.
어린 나이에 학교 성적을 포기할 정도로 축구 분석과 지도에 몰입했고, 이때부터 구축된 ‘강박에 가까운 노동 강도’는 이후 그의 가장 큰 무기가 된다.
그의 커리어는 엑셀시오르와 브렌트퍼드를 거쳐 맨체스터시티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티의 유소년 분석가로 처음 입단한 뒤 몇 달 만에 1군 분석 스태프가 되었고, 곧이어 전체 분석 부서를 이끄는 책임자로 승격됐다. 아직 20대 중반이었지만 그는 이미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분석가였다.
■ 펩·콩파니·벨라미가 인정한 ‘두 번째 눈’
과르디올라는 경기 전 준비 과정에서 상대팀을 최대 10경기까지 분석하며 철저함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크레머스는 그 모든 요구를 감당했고,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열린 시즌에는 스태프 중 유일하게 100% 전 경기에 참여하며 과르디올라의 전술적 판단을 보조했다.
일주일 80~90시간 노동, 일정이 없는 날에도 클럽에 나가는 생활, 심지어 자택에서 머리를 다친 뒤 병원 대신 클럽 의사에게 새벽에 치료받고 다시 바로 책상 앞에 앉았던 일화까지 존재한다.
크레머스의 방식은 단순한 분석을 넘어 선수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전략 제공’이었다. 선수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어떤 선수에게는 상대 수비수의 약점만 보여주고, 또 어떤 선수에게는 세세한 장면을 모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먼저 iPad를 찾고 서로 전술 논의를 시작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러한 접근법은 선수단뿐 아니라 지도자들에게도 깊은 신뢰를 얻었고, 뱅상 콩파니와 크레이그 벨라미는 그를 자신들의 중요한 조력자로 인정했다. 번리 코칭스태프로 함께 일한 뒤, 벨라미는 웨일스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크레머스를 수석코치로 데려왔다.
■ 자기만의 철학을 완성해 온 지도자
크레머스는 자신이 성장한 배경에 대해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뒤 많은 일을 혼자 해결해야 했다.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적응해야 했고, 축구는 나에게 혼란을 벗어날 공간이었다”고 말한다. 이 경험이 그를 일찍 성숙하게 만들었고, 남들보다 빠르게 책임감을 익히게 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다양한 지도자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의 철학에서 한두 가지씩 핵심만을 추출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과르디올라의 세밀함, 콩파니의 전략적 확장력, 아르테타의 구조적 사고, 니콜라스 조버의 세트피스 접근법 등은 모두 그에게 숨어 있는 자산이 되었다.
■ 웨일스의 월드컵 도전을 이끌 차세대 리더
크레머스는 벨라미의 출장 정지로 인해 지난달 웨일스 대표팀을 임시로 지휘해 리히텐슈타인을 1-0으로 꺾으며 UEFA 공식 경기에서 31세의 최연소 감독 중 한 명으로 기록되었다.
벨라미는 과거의 거칠고 예측 불가능한 선수 이미지와 달리, 지도자로서 냉정하고 통제된 에너지를 가진 인물이며, 크레머스는 그 전술적 체계 구축에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웨일스는 내년 3월 플레이오프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꺾고, 이어 이탈리아 또는 북아일랜드를 잡으면 월드컵 본선에 오른다. 크레머스는 “매일 아침 월드컵을 떠올리며 일어난다”고 말하며 목표에 대한 집중력을 드러냈다.
크레머스는 아직 31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500경기 이상의 1군 경기에서 벤치를 경험했고, 세계 최고 지도자들과 직접 협업한 경험을 갖춘 인물이다. 디애슬레틱이 크레머스를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그가 단지 젊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완성형 지도자의 조건 대부분을 갖춘 채 더 높은 곳을 향해 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웨일스축구협회 공식 엑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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