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솔로지옥’이라더니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은 인상이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일본의 연애 리얼리티 ‘불량 연애(영문명 Badly in Love)’가 조직폭력배, 폭주족 출신 등 일명 ‘불량배’를 전면에 내세운 캐스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불량 연애’는 넷플릭스가 ‘일본 최초의 불량배 순애 리얼리티 쇼’라는 문구로 홍보 중인 연애 프로그램이다. 스스로를 ‘양아치들이 사랑을 쟁취하는 쇼’라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애 예능과는 완전히 다른 결의 세계관을 보여주며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 출연자 구성을 보면 놀라움 그 자체다. 한 남성 출연자는 자신을 “폭주족 리더”라고 소개하고는 ‘소년원 전력’ 또한 있음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또 다른 남성 출연자는 “한때 조직을 운영했다”고 털어놓더니 곧바로 다른 출연자와 ‘시비가 붙는’ 실제 상황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몸싸움 직전까지 격화되자 경호원이 등장, 이를 말리는 장면 또한 고스란히 실렸다. “인텔리 야쿠자”라는 기상천외한 자기 소개도 나왔다.
여성 출연자의 이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전신을 뒤덮은 문신은 기본이고, 불미스러운 과거사까지 숨김 없이 드러냈다.
이들을 지켜보는 패널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게 역력했다. ‘연프’라 줄여 불리는 연애 프로그램에 ‘느와르’란 찬물을 끼얹은 듯한 구성으로 진행자들은 “너무 무서웠다”, “이 사람들을 끝까지 봐야 하나 싶었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국내에도 공개된 ‘불량 연애’를 둘러싼 여론은 ‘경악스러움’이 지배적이다. ‘새롭다’는 소수 의견도 존재하지만, 누리꾼 상당수는 ‘연프로 공포 체험을 할 줄이야’, ‘불편한 시청’ 등 날선 반응을 쏟아내며 화제성 본위의 ‘하드 코어 서사’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위시로 각국 시청 정서에 적잖이 위배되는 콘텐츠를 ‘국경 없는’ OTT 특성상 단순 시청등급 정도로만 가려 노출하며 ‘뒤따르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범죄 이력을 지닌 이들을 희화화하는 설정이 과연 적절한가부터 혹여 ‘미화’되진 않을지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현지 사회에서도 폭주족과 야쿠자 등이 여전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의 한 축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넷플릭스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일본이 ‘야쿠자 국가’ 이미지로 그릇되게 소비될 수도 있다는 지적 또한 내놓고 있다.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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