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S
KBS가 올 한 해 드라마 부진을 씻어내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단막극 프로젝트’를 꺼내 들었다. 톱스타 대신 참신한 소재와 서사를 무기로 삼은 ‘러브: 트랙’이다.
올해 KBS 드라마는 그야말로 ‘죽을 쒔다’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마동석의 ‘트웰브’, 이영애의 ‘은수 좋은 날’ 등 막대한 제작비와 톱스타를 내세운 작품마저 시청률 1~4% 대에 머물며 줄줄이 침몰했다. 스타 파워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주요 상을 수여할 만한 작품을 찾기 어렵다는 탄식까지 나오고 있다.
완성도와 서사의 힘 부족이라는 뼈아픈 진단이 이어지는 가운데, KBS는 그 타개책으로 밀도 높은 단막극 프로젝트 ‘러브: 트랙’을 택했다.
1984년부터 이어진 단막극의 명맥을 잇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되는 ‘러브: 트랙’은 첫사랑·짝사랑·이별·가족애·두려움·설렘 등 10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앤솔로지로, 14일부터 일요일과 수요일 밤 매주 2편씩 방송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KBS 극본 공모를 통해 발굴된 신인 작가들의 참신한 대본, 젊은 연출진, 신선한 배우들의 조합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이동휘·방효린의 ‘퇴근 후 양파수프’, 옹성우·한지현의 ‘첫사랑은 줄이어폰’, 김향기·진호은의 ‘민지 민지 민지’, 김윤혜·김민철의 ‘아빠의 관을 들어줄 남자가 없다’ 등 제목부터 흥미로운 작품들이 기대를 모으며, 살인마가 머문 호텔에 방문한 장기 커플 이야기 ‘러브호텔’, 청약 조건을 위해 위장 이혼을 택한 부부를 그린 ‘사랑청약조건’ 등 파격적 소재도 눈길을 끈다.
이번 프로젝트는 장편 드라마의 긴 호흡이 부담스러운 시청자에게 ‘선택적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통적 미니시리즈 시간대를 벗어난 일요일·수요일 밤 편성은 젊은 층의 시청 패턴을 고려해 VOD·OTT 다시 보기를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러브: 트랙’은 웰메이드 콘텐츠로서의 ‘질적 성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에 맞물려 이번 프로젝트의 흥행 여부는 스타 의존도를 낮추고 기획력 중심의 드라마 제작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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