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더 나빠진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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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더 나빠진 국회

이데일리 2025-12-12 05: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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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회를 오랜만에 다시 출입하는 고참 기자들이 다들 국회가 이상해졌다고 해요.”(야당 고참 당직자)

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맹사업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던 중 여야가 고성을 주고받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거의 14년 만에 국회를 다시 출입하게 됐다. 2012년 제19대 총선과 그해 겨울 제18대 대선, 직후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를 담당했었다. 새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대선에 출마했던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때다. 이후 기자는 여러 정부부처와 금융 및 산업 기업사이드 등을 취재하다 이번에 다시 정치부로 왔다.

많은 것이 변했다. 기자실이 있던 정론관은 사라지고 국민소통관이 생겼다. 당시 만났던 초선 의원은 어느덧 중진이 됐고 그때 천하를 호령하던 실세 의원은 여의도 바닥을 떠난 지 오래됐다. 의원들과 생사를 같이 하겠다던 보좌진들도 상당수 기업으로 둥지를 옮겼다. 여의도 바닥을 계속 지킨 이들도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아니 더 나쁘게 바뀐 것도 있다. 바로 정치 그 자체다. 특히 정치의 핵심 기제가 되는 대화와 설득과 타협이 예전과 달리 사라졌다는 게 최근에 만난 당직자, 보좌진, 원외 인사들의 한목소리다. 한 야당 핵심 당직자는 “예전에는 앞에서는 목소리를 높여 싸워도 뒤에서는 또 만나 얘기하고 서로 주고 받기도 했지 않느냐”며 “그런데 이제는 진짜 그런 게 없다. 보여지는 게 다”라고 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그냥 동물국회만 남았다”고 자조했다.

섣부른 판단은 유보했다. 정치의 불가피성 및 역동성을 믿어서다. 그런데 이런 판단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9일 본회의, 10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직접 현장에서 보면서 과거보다 더 나빠진 정치를 봤다. 9일 여야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둘러싸고 본회의에서 고성과 막말로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에 대한 비판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제에 맞는 발언을 하라고 제지하면서 마이크를 꺼버렸다. 필리버스터 중 의장이 토론자 발언을 강제로 중지시킨 초유의 사태로 61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1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는 전날 있었던 본회의 필리버스터 등을 놓고 2차 설전을 이어갔다. 법사위에 올라온 법안 내용보다는 말 꼬리잡기식의 지적과 사과 요구, 관련성 없는 의사진행 발언으로 핏대를 세웠다. 반말과 힐난이 오갔고 계속 지켜보던 기자가 현장에 더이상 있는 게 힘겹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정치 현장의 피로도를 호소하는 건 기자만은 아니었나 싶다. 법사위가 열린 그날 오전 국민의힘 비례대표인 인요한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그는 “오직 진영 논리만을 따라가는 정치 행보가 국민을 힘들게 하고 국가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흑백 논리와 진영 논리는 벗어나야지만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고 의원직을 던졌다. 지난해 4·10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한 지 1년 6개월여 만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국회는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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