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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은 지난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5~26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두고 최근 4연승을 기록했다.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아픔을 딛고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실제로 V리그 개막에 앞서 열린 KOVO컵에서 만만치 않은 전력을 뽐내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하자 IBK기업은행은 추락했다. 악재가 수없이 겹쳤다. 이소영, 김하경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세터 토스와 리시브가 계속 흔들렸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김호철 전 감독은 개막 후 9경기 1승 8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안고 사퇴했다. 대신 여오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지휘봉을 잡았다.
그런데 사령탑 교체가 오히려 전환점이 됐다. IBK기업은행은 여오현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한 뒤 내리 4연승을 거두며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연승의 출발점은 분위기 전환이었다. 여 대행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선수들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나눴다. 그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웃자, 웃으며 하자’다. 오죽하면 외국인선수도 ‘웃자 웃자’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할 정도다.
여 대행은 늘 목이 쉬어 있다. 선수들을 독려하기 위해 계속 소리를 질러서다. 기존 체제에서 이어진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고 선수 자율성을 높여주저 경기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여 대행은 “감독을 맡아보니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라 솔직히 많이 어렵다”면서 “그래도 팀이 무거워지면 선수들이 눈치만 보기 때문에 대화를 늘리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려 한다”고 말했다.
포지션을 조정한 것도 성과를 냈다. 여 대행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아포짓 스파이커였던 외국인 선수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과 아웃사이드 히터를 맡았던 아시아쿼터 선수 알리사 킨켈라(등록명 킨켈라)의 포지션을 바꿨다. 리시브에 부담을 느꼈던 킨켈라는 자신에게 익숙한 아포짓을 맡으면서 공격력이 살아났다.
아웃사이드 히터를 맡게 된 빅토리아도 리시브가 약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고민은 ‘레전드 리베로’ 임명옥의 투혼으로 메우고 있다. 1986년생으로 마흔을 눈앞에 둔 베테랑인 임명옥은 상대 서브 대부분을 받아낸다. 그 전에 비해 커버하는 범위가 크게 늘었다. 체력적 부담도 상당하다. 하지만 ‘실수를 해도 내가 한다’는 마음으로 투지를 발휘하고 있다. 이는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진다.
임명옥은 IBK기업은행의 극적 반등을 ‘소통의 힘’이라고 소개했다. “그전에는 타임아웃 때 벤치 지시를 듣기 급급했다”며 “지금은 선수들끼리 대화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연패 기간 사라졌던 코트 내 소통이 되살아나면서 경기 집중도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자신감도 하늘을 찌른다. 임명옥은 “2라운드에서 우리가 완패를 당했을 때 정말 펑펑 울었다”며 “이제는 우리가 뒤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여 대행은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려고 무던히 애쓴다. 그는 “나도 선수 생활을 하며 연패도, 연승도 많이 해봤다”며 “이길 때는 지도자가 말 안 해도 선수끼리 잘한다”고 말했다.
이어 “팀이 무거워지면 선수들이 눈치만 보게 된다. 지도자가 어떻게 풀어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계속 대화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려고 한다. 단, 선수들이 너무 가볍게 하거나 해이해지면 한 번씩 소리는 지른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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