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인텔·AMD·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미국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러시아산 드론·미사일에 자사 칩이 사용됐다는 이유로 텍사스주 법원에서 소송에 직면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정부가 시행해 온 강력한 기술 수출 통제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업계 파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10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로펌 베이커앤호스테틀러와 변호사 미칼 와츠는 우크라이나인 수십명을 대리해 세 기업이 러시아 무기 체계에 미국산 칩이 사용되는 것을 차단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제삼자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해 반도체를 러시아에 재판매하는 사실을 기업들이 알고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2023년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이란제 드론, 러시아제 순항미사일 ‘KH-101’,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등에서 해당 기업들의 칩이 발견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 유통사인 마우저 일렉트로닉스가 러시아 대리인이 운영하는 ‘유령회사’로 제품 이전에 관여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원고 측 변호사는 이들 기업을 “죽음의 상인”이라고 지칭하며 “미국의 제재 법률을 희극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기업들은 자사 칩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반면 피소 기업들은 제재 준수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텔은 성명에서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벨라루스 고객 대상 제품 출하를 즉시 중단했고, 모든 지역에서 수출통제·제재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공급업체·고객·유통사에도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MD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으나, 양사 모두 과거 “대러 제재 요건을 충실히 준수하고 있으며 전쟁 이후 러시아 사업을 중단했다”고 전한 바 있다.
미국 상무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반도체를 포함한 미국 기술의 대러시아 유입을 차단하는 포괄적 수출 통제를 시행해 왔다. 그럼에도 러시아 무기체계에서 미국 기술 기반 반도체가 반복적으로 발견되면서, 유통 단계에서의 ‘제재 우회 루트’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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