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규제는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조건부로 완화한다. 우선은 반도체 업종에만 한정해 지방투자와 연계하는 경우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회사)의 지분을 의무적으로 100% 보유해야 하는 규제를 ‘50% 이상’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날 150조원에 이르는 국민성장펀드가 출범하며 SK하이닉스 등이 대표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150조 성장펀드 이어 국부펀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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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1300조원에 이르는 국유재산을 적극 관리해 그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 계획을 밝혔다.
정부 구상은 이른바 ‘한국형 테마섹’이다. 정부 보유 기업 지분을 기반으로 한 ‘지주회사형 국부펀드’로 1970년대 2억 700달러 규모로 시작해 올해 3200억 달러까지 덩치를 키운 싱가포르 테마섹의 성공모델을 벤치마크하겠단 것이다. 현재 한국투자공사(KIC)의 경우 외환보유고를 활용하고 있어 투자의 적극성이 떨어지고 국부창출에도 한계가 있단 인식에서 나온 전략이다.
구 부총리는 “테마섹은 미래 발전가능성 있는 산업에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건물도 사는 등 과감히 투자한다”며 “수익률 10~20% 수준으로 국부로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부동산이든 바이오산업이든 가리지 않고 투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펀드 조성은 물납주식 등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하고 국내 투자에 방점을 둘 방침이다. 다만 재원 조달부터 운영방식까지 구체적인 밑그림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선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1조원에 육박하는 모태펀드 등이 이미 예정된 상황을 고려할 때 정책펀드 조성이 과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과거에도 정부 주도로 많은 펀드를 만들어냈지만 성과가 좋진 않았다”며 “이번엔 다를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간 재계의 기대를 모아온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얼개도 업무보고를 통해 공개됐다. 지방투자 연계를 우선하되 공정위 심사와 승인을 전제로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자회사 의무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고쳐 ‘반도체 업종’에 한해 특례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장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로 둔 SK그룹이 규제 완화의 수혜를 보리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특정 기업을 위한 혜택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게 아니다”며 “민간 및 정책자금 출자를 통한 설비구축 재원조달과 장기임대로 반도체 기업들의 초기 투자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 내후년까지 확장재정…국세체납 관리 강화
기재부는 내년에 ‘1.8%+α’ 성장을 목표 삼고 거시·산업·재정 전반의 경제정책 틀을 재편하겠다고도 밝혔다.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투자 확대로 내년과 내후년까지는 확장재정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점도 예고했다.
이외에도 기재부는 각 부처 차관급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임명해 물가관리 고삐를 죄고, 배임죄 개선 등 경제형벌 합리화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경제형벌 합리화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언급하며 “돈을 벌기 위해 법을 어기는 경우 형사처벌은 별 효과가 없다. 이번에 무슨 ‘팡’인가 하는 곳도 그렇고, 형사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합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정기 세무조사의 시기선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납세자가 원하는 시기에 골라서 정기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기업들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다. 세무조사에서 주로 검증하는 항목은 미리 공개해 납세자의 성실신고 유도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여 조사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국세체납관리단도 본격적으로 운영해 110조원을 넘어선 국세체납관리도 강화한다. 이 대통령은 내년 기간제근로자 400명을 포함해 향후 2000명의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는 국세체납관리단 운영과 관련해 “3000~4000명까지 늘려서 실업완화, 체납정리, 조세정의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며 “사채는 떼먹어도 세금은 못 떼먹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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