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촉발된 D램 부족 사태가 낸드 플래시 공급난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낸드 수급 불안이 길어질 경우 국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입지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대만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PC 제조사들(OEM)이 내년 출시할 신형 제품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사양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512GB 탑재 모델은 256GB로, 고용량 1TB 모델은 512GB로 낮추는 '다운그레이드' 조치가 이뤄진다. 고용량 낸드 수급난에 부딪히자 불가피하게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저용량 낸드로 메모리 부품을 대체하겠다는 취지다.
대만 메모리 업체 트랜센드는 최근 고객사에 보낸 안내문을 통해 "글로벌 낸드 플래시 공급난이 급속히 심화하면서 4분기 SSD 제품 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고 공식화했다. 특히 "낸드 플래시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샌디스크로부터 '향후 납품이 다시 지연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회사의 4분기 칩 할당량이 급격히 줄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DDR5 등 고부가 제품 생산을 확대하면서 수익이 낮은 낸드 생산능력(캐파)이 현격히 줄어들고 있어서다.
실제 낸드 수급이 범용 D램보다 더 힘든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재고 확보까지 2~3주 소요되는 반면 낸드는 약 6주까지 기다려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낸드 가격은 당연히 치솟을 수밖에 없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1월 낸드플래시 128기가비트(Gb) 고정거래가는 4.35달러로 집계됐다. 2015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며 올 1월 고정거래가(2.18달러)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상승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낸드 평균판매단가(ASP)는 약 15% 상승하고 내년 1분기에는 22%로 상승폭이 더 늘어난 뒤 2분기 추가로 17%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단순히 물량 부족 사태 넘어 중국 중심의 공급망 편중이 심화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의 메모리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단 점에서다.
업계 전문가는 "기술 검증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당장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낮은 가격과 원활한 수급이 보장된 체급이 낮은 중국 기업들에 결국 손을 내밀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중국 낸드 제조사들의 국내 진출 문턱을 낮추게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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