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점차 글로벌화되면서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외국인 창업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 네트워크 부재는 이들에게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GSC)가 지난 9일 개최한 ‘GSC FORUM 2025’는 고립되기 쉬운 외국인 창업가들을 국내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이날 행사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창업가를 비롯해 투자자(VC), 글로벌 액셀러레이터(AC) 등 생태계 핵심 플레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시장 안착을 위한 실전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통상적인 관 주도 행사가 보여주기식 세러모니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이번 포럼은 실질적인 '협업'과 '생존'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다.
포럼의 핵심은 역시 '사람'이었다. 다양한 국적의 창업가들이 패널로 나선 '랜딩 인 코리아(Landing in Korea)' 세션은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사들은 한국 시장 진입 초기 겪었던 시행착오와 규제 이슈, 팀 빌딩의 어려움 등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특히 해외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창업에 성공한 선배 창업가들의 사례 발표는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현장에 참석한 한 외국인 예비 창업가는 "한국 특유의 비즈니스 매너나 투자 생태계의 분위기는 책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알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앞서 길을 닦은 선배들의 이야기가 피부로 와닿았다"고 전했다.
이어진 '학생 창업가 세션'과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소개' 시간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에게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공했다.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학생 창업팀들에게는 시장 검증(PMF)의 중요성이, 스케일업을 꿈꾸는 기업들에게는 글로벌 AC들의 육성 프로그램이 새로운 기회로 제시됐다.
공식 세션 종료 후 진행된 네트워킹 시간은 이번 행사의 백미였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현장에서는 격식 없는 대화 속에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초기 창업자와 투자자 간의 즉석 미팅도 빈번하게 이뤄졌다. 단순히 명함을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사업 모델(BM)에 대한 피드백이 오가거나 후속 미팅(Follow-up)을 약속하는 등 실질적인 연결 고리가 만들어졌다. GSC가 이번 포럼을 단순 친목 도모가 아닌, 생태계 확장을 위한 플랫폼으로 기획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GSC는 이번 포럼을 통해 확인된 외국인 창업가들의 니즈를 향후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포럼에서 수집된 다양한 피드백을 분석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 제공 채널을 구축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행사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타트업 생태계 특성상 지속적인 멘토링과 후속 투자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GSC가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외국인 창업가들이 한국에서 '성장 기반'을 확실히 다질 수 있도록 얼마나 촘촘한 후속 지원책을 내놓을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
GSC 관계자는 "이번 포럼은 외국인 창업가 커뮤니티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라며 "앞으로도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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