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상암)=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1부) FC서울 ‘캡틴’ 제시 린가드가 한국에서의 여정을 마쳤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페이즈 6차전 멜버른 시티전은 그가 서울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무대였다. 린가드는 전반 31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대에 부응했지만, 서울은 후반 실점을 허용해 1-1로 비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으로 지난해 2월 깜짝 입단한 그는 두 시즌 동안 K리그1(1부) 60경기 16골 7도움, ACLE 6경기 3골 3도움의 성적을 남기며 서울의 중심을 지켰다. 경기 종료 직후 린가드는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 앞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커리어에서 가장 특별한 2년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 축구에 던진 직언 “시설·심판 운영·환경, 반드시 발전해야”
린가드는 작별을 앞두고 한국 축구가 더 큰 성장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거침없이 짚었다. 그는 먼저 경기장 잔디와 훈련 환경을 언급하며 “유럽은 잔디 아래 히팅 시스템이 있어 눈이 와도 경기와 훈련에 지장이 없다. 한국은 그런 시스템이 없는 곳이 많아 훈련조차 어려웠던 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클럽하우스와 훈련 시설도 충분히 더 발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체력 문제를 넘어 선수들의 정신적, 심리적 안정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울에서 보낸 두 시즌의 적응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린가드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훈련 시설을 보고 놀란 것도 사실이지만, 선택한 이상 최선을 다해 적응했다. 지난 2년 동안 제가 어떤 선수이자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 앞에서 울음을 터뜨린 이유에 대해서는 “서울에서 함께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정말 행복했다”고 설명했다.
심판 운영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저는 심판과 크게 다투지 않는다. 그런데 시즌 후반부에는 일부러 감정을 자극한다는 느낌을 받은 경기가 꽤 있었다”며 “감정 조절이 어려워질 만큼 운영이 거칠었던 날들도 있었다.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린가드는 특정 경기나 특정 장면을 지적하지 않았지만, 판정 일관성과 선수 보호 기준에 대한 문제의식을 명확히 드러냈다.
그는 한국 축구가 가진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지금 지적한 문제들이 언젠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K리그는 이미 아시아에서 경쟁력 있는 리그다. 발전해야 할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 성장의 시작”이라며 “이 모든 개선은 선수들뿐 아니라 팬들의 경험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들이 기억한 ‘새로운 리더십’
린가드의 고별전은 선수들에게도 남다른 의미였다. 그가 단순한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라 팀 분위기와 문화를 바꾼 리더였기 때문이다. 최준은 “린가드는 항상 먼저 말 걸고 분위기를 띄우는 선수였다. 기분이 나쁜 날에도 팀에 피해 주지 않으려고 다음 날 먼저 와서 사과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며 “2년 차에는 거의 한국 선수처럼 적응했고, 주장 역할도 정말 자연스럽게 해냈다”고 전했다. 최준은 “린가드의 첫 어시스트도 제가 했고 마지막 어시스트도 제가 했다”며 웃으며 특별한 인연을 떠올렸다.
부주장 김진수 역시 린가드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언어와 문화 차이가 있었겠지만 항상 웃으면서 팀을 이끌었다. 지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고, 선수들이 조용하면 ‘왜 아무 말도 안 하느냐’며 분위기를 띄우곤 했다”며 “한국에서 보기 드문 유형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별전을 하루 앞두고 린가드에게 한국 축구 대표팀 유니폼에 한글로 ‘린가드’와 등번호 10번, 그리고 전하고 싶은 문구를 적어 선물했다. 김진수는 “서로 울면서 이야기했다. 어디에 있든 서로 응원하자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린가드의 리더십과 성격에 대해 “순간적으로 감정 표현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다음 날 반드시 감독실에 와 사과할 만큼 책임감이 강한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선수들도 자신감을 느끼고 스스로 기회를 요구하는 태도를 보였으면 한다”며 린가드가 남긴 태도의 의미를 짚었다.
린가드는 팬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남겼다. “지난해 홈 5연패 시기는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응원해 주시고, 실망을 표하신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이해했다”며 “서울 팬들은 K리그 최고의 팬이다. 여러분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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