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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스타트업에 최근 4년간 43억달러 투입…이전 4배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스타트업 정보 분석기관 딜룸(Dealroom)은 2022년 초부터 지금까지 유럽 방산 스타트업에 투입된 투자금이 43억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이전 4년과 비교해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재무장을 서두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늘리기로 합의한 영향이 컸다.
그 결과 유럽 최대 규모 투자 유치도 영국과 독일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독일의 AI 드론 제조업체 ‘헬싱’과 ‘퀀텀시스템즈’는 올해 자금조달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각각 120억유로, 30억유로로 책정됐다. 영국의 제조 플랫폼 ‘피직스엑스’는 올해 1억 5500만달러를 조달했고, 미사일 요격 스타트업 ‘캠브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8월 1억달러를 모금했다.
나토 혁신기금의 선임 연구원인 데이비드 오르도네즈는 CNBC에 “우수한 인재들의 과학적 전문성, 해당 분야를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국가적 노력, 그리고 획기적인 혁신을 신속하게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조 기반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전략방위검토’에서 신기술 개발에 50억파운드를 투자하고 조달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포르투갈·영국 합작 드론 스타트업 ‘테케버’가 올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에 이름을 올리고 영국 공군과 드론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테케버의 칼 브루 방산 담당자는 “시스템이 전통 방산 대기업이 아닌 새로운 업체들에 점점 더 개방되고 있다”며 “영국은 세계 수준의 대학과 연구개발 기관을 항공우주, 소프트웨어, 고급 제조 공급업체들의 촘촘한 네트워크와 결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도 내년부터 방위 예산을 통일 이후 최대 규모인 1000억유로 이상으로 늘리고, 스타트업이 방산에 보다 쉽게 참여토록 조달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독일은 특히 오랜 산업 기반 및 인프라가 스타트업들의 자산이 되고 있다.
금융 자문 회사 BGL의 메간 웰치는 “독일은 다른 많은 유럽 시장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프로토타입에서 대규모 조달까지의 명확한 경로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탄탄한 기반 아래 지난해 설립된 공격 드론 제조사 ‘스타크’는 시퀀시아 캐피탈, 피터 틸의 틸 캐피탈, 나토 혁신기금 등으로부터 1억달러를 조달했다.
이 회사의 필립 락우드는 “독일은 나토가 시급히 필요로 하는 차세대 기술을 생산할 산업 기반, 인프라, 기술 인재를 갖추고 있다”며 “유럽 최고 엔지니어들 다수가 독일의 산업·기술 부문에서 역량을 쌓았으며, 독일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제조, 공급망 탄력성 분야에서 오랜 선도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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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오커스 발판’, 독일은 ‘전장 테스트베드’ 역할
영국과 독일이 중요한 이유는 두 국가 모두 신시장 진출이나 전장 현장 훈련의 발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특히 영국은 2021년부터 미국·호주와 ‘오커스’(AUKUS) 안보·국방 동맹을 체결하고 있어, 기술 수출 통제를 풀고 정보 공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 방위 스타트업들이 유럽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런던을 자주 선택하는 배경이다. ‘세컨드 프론트 시스템스’는 2023년,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올해 각각 영국으로 진출했다. 헬싱, 퀀텀시스템즈, 스타크 등 유럽의 자금력 있는 방위 스타트업들도 올해 영국에 공장 및 사무소 설립, 투자 등을 발표했다.
미국 방위 스타트업 ‘안두릴’의 영국 담당자 리치 드레이크는 “오커스 맥락에서 영국으로의 진출은 유럽 진출의 자연스러운 입구”라며 “영국 국방부와 협력하고 작전 필요 사항을 조율할 수 있으며, 기술만큼 신뢰, 공동의 우선순위, 전략적 일관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선진 자율 시스템의 배치를 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탈 회사 밴에크의 드미트리 포노마레프도 “영국은 양방향 기술 흐름의 상호운영 테스트베드이자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한 착륙지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군사 원조국으로, 국내 스타트업들이 전장 피드백의 최전방 자리를 확보했다. 퀀텀시스템즈는 우크라이나에서 정찰 기술을 배치했고, 헬싱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위해 수천대의 공격 드론을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여전히 글로벌 방산 스타트업을 키워낼 충분한 조건은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노마레프는 “지속적인 정치·조달 개혁 없이는 사업 확장(스케일링)이 어렵다”며 “영국은 여전히 느린 조달 사이클, 보안 승인 병목, 보안 허가받은 기술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독일 역시 관료주의, 엄격한 수출통제, 국방부라는 단일 고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BGL의 웰치는 “유럽 AI 방산 호황의 최종 승자는 정치경제학과 기술경쟁을 모두 통달해 스스로 국가주권 수호자로서 포지셔닝할 수 있는 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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