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되면 '곶감'이 집마다 등장한다. 선물용으로도 수요가 있어 여행 가방에 넣어 해외로 가져가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국외로 넘어가는 순간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진다. 공항 검색대에서 곶감 때문에 시간 지연이 생기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표면을 덮은 '하얀 가루'가 문제의 출발점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특정 물질처럼 보이기 쉽다. 곶감에 나타나는 하얀 결정은 과육 속 당분이 건조 과정에서 밖으로 굳어 형성된 것이다. ‘시상’이라 부르며, 과당과 포도당이 응고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흔적이다. 한국에서는 익숙한 모습이지만, 해외에서는 낯설어 오해가 생기곤 한다.
서양에서 감이 낯선 이유
감은 동아시아에서 먼저 정착한 작물이다. 한국·중국·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감을 여러 형태로 먹어왔지만, 서양에서는 시장 규모가 작다. 접해본 사람이 많지 않아 특징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감은 후숙 과정이 짧고 쉽게 무르는 편이라 상태 관리가 까다롭다. 서양 조리 문화에서는 물러진 식감을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디저트 재료로도 널리 쓰이지 않았다. 품종 구분, 숙성 차이, 건조 방법 등을 경험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감을 접하면 생소하게 느끼기 쉽다.
감의 성분과 쓰임
감은 단맛과 식감만큼 구성 요소도 충실하다. 과육·껍질·잎에 퍼져 있는 항산화 성분은 활성산소 흐름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시상 형태로 굳어 나온 당분 역시 농축된 자연 성분이다.
감에 들어 있는 탄닌은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속이 편안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다만 과도하게 먹으면 부담이 있을 수 있어 생과보다는 조리하거나 말린 형태로 즐기는 이들도 많다.
홍시와 곶감은 당분과 향이 응축돼 있어 에너지가 필요할 때 가볍게 먹기 좋다. 감잎에는 루틴이 모여 있어 차로 우려 마시는 방법도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한국에서 감을 다루는 방식
한국에서는 감을 단순한 과일로만 보지 않는다. 숙성 정도와 건조 조건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질감의 음식이 만들어진다.
아삭하게 먹는 단감, 숟가락으로 떠먹는 홍시, 차갑게 얼려 먹는 냉동 홍시, 쫀득한 감말랭이, 깊은 단맛이 배어드는 곶감까지 모두 한 과일에서 파생된 형태다.
예전에는 떫은 감 품종이 많아 생으로 먹기 어려웠기 때문에 말리는 기술이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지역에 따라 건조 방식이 달라 각기 특징이 다른 곶감이 탄생했고, 지금까지 이어진 고유한 형태가 됐다.
일상에서도 감은 제법 많은 자리에 존재한다. 김치의 맛을 살릴 때 소량을 소스로 넣기도 하고, 감식초·감잎차·홍시 음료 등이 계절 식탁에서 자주 쓰인다.
디저트에서도 쓰임새가 넓어, 감을 곱게 갈아 소르베처럼 얼리거나 치즈·올리브 오일과 함께 간단한 홈 디저트로 만드는 방식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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