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 중심으로 굳어졌던 프랜차이즈 산업 구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국회는 11일 제430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찬성 238표, 기권 3표로 통과시켰다. 9일 상정과 동시에 107명 요구로 무제한토론이 진행됐으나 회기 종료로 자동 중단되며 첫 임시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졌다.
개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가 신설됐다. 이제 가맹점 단체는 공식 대표성을 갖고 가맹본부에 거래조건 협의를 요청할 수 있으며, 가맹본부는 정해진 기준·절차에 따라 반드시 응해야 한다. 응하지 않으면 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둘째, 가맹지역본부 보호 규정 명문화다. 기존엔 가맹점만 보호 대상이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지역본부 역시 보복조치 금지, 불공정행위 금지, 계약갱신청구권(최장 10년)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입법 취지는 단순히 ‘분쟁 방지’를 넘는다. 프랜차이즈 산업을 구성하는 가맹본부–가맹점–지역본부의 관계를 제도적으로 정비해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가맹본부 입장에선 단기적으로는 협의 절차가 체계화되며 협상비용이 증가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불확실성 비용이 크게 감소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동안 가맹본부는 개별 점주·단체와 비공식적 협의를 반복하며 갈등을 사업 리스크로 떠안아야 했다. 이번 개정으로 절차와 기준이 법에 의해 고정되면, △협상 범위의 예측 가능성 △정책·비용 결정의 일관성 △분쟁 소송 리스크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다.
대규모 프랜차이즈일수록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이 확립되면 중장기 브랜드 전략을 설계하기 쉬워진다. 해외 사업 확장 시에도 내부 지배구조 투명성은 경쟁력이 된다. 즉, 개정안은 가맹본부에 “규제 강화”가 아니라 “경영 리스크의 계량화”를 가져오는 변화다.
가장 큰 변화는 가맹점이다. 대표성이 인정된 단체가 등장하면, 개별 점주의 요구가 흩어지지 않고 산업 단위의 요구로 묶인다. 이는 단순히 협상력이 커지는 차원을 넘어, △로열티 △물류 비용 △광고비 배분 △강제 판매 상품 같은 비용 구조가 처음으로 제도적 감시 체계 안으로 들어오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점주들은 협상 과정에 따라 비용·마진 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운영 의사결정의 정보비대칭이 줄어든다. 이는 곧 폐점률 감소, 장기 가맹 유지율 상승이라는 산업 전체의 안정성으로 이어진다.
지역본부는 그동안 보호의 사각지대였다. 점주와 본부 사이에서 의무를 최고 수준으로 수행했지만, 법적 권리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개정은 지역본부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지역 시장 관리의 권한 강화 △본부의 일방적 지침에 대한 균형 추 역할 △임차·관리 비용에 대한 보호 장치 확보라는 변화를 가져온다.
지역본부가 안정되면, 본부는 지역 운영비 부담을 줄이고 점주는 현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어, 결과적으로 전체 운영체계가 정교해지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본부의 권리 명문화”는 업계 전문가들이 수년간 요청해온 제도 개선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개정안을 부정적 규제 강화로 해석하는 관점도 있지만,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의 흐름을 감안하면 오히려 산업의 장기적 정상화가 본격화되는 첫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 비용의 예측 가능성 확대 △분쟁 발생 빈도 감소 △가맹점 생존율 상승 → 브랜드 가치 상승 △지역본부 안정으로 품질·서비스 편차 축소 △산업 구조의 투명성 강화 → 해외 진출 경쟁력 강화라는 흐름에서 이번 입법은 구조적 갈등을 키우는 법이 아니라, “산업 체질을 중장기적으로 정비하는 법”에 가깝다.
가맹법 개정은 단순히 권리 관계를 조정하는 차원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시장을 구성하는 본부–점주–지역본부가 각각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인정받으며, 산업이 갈등형 구조에서 구조적 안정성 중심의 산업으로 재편되는 분기점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은 규모 면에서 세계 상위권이지만, 협상 체계·비용 구조·지역 운영 체계가 법으로 충분히 뒷받침된 적은 없었다. 이번 개정은 그 공백을 메우는 첫 조치로 평가된다.
향후 대통령령에서 정해질 협의 절차가 실질적 효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개정이 업계의 힘 관계를 뒤흔드는 규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구조 설계의 출발점이라는 점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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