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이 전월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7천억 원 증가에 그치며 2024년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 규모를 기록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은행권의 대출 관리 강화와 전세 자금 수요 감소가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1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천175조6천억 원으로 한 달 동안 1조9천억 원 증가했다. 올해 4월 이후 8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증가 폭은 10월 3조5천억 원에서 절반가량으로 축소되며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주담대가 증가 둔화의 핵심 요인이다. 11월 주담대는 7천억 원 증가해 전월 2조 원 대비 1조3천억 원 줄었으며, 이는 2024년 3월 5천억 원 증가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한국은행은 "10·15 대책 이전의 주택 거래 증가 영향에도 불구하고 전세 자금 수요 감소와 은행권 대출 관리 강화로 주담대 증가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전세자금대출은 3천억 원 감소하며 전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었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2천억 원 증가해 1조 원대 증가 흐름을 유지했다. 다만 증가 폭은 전월 1조4천억 원보다 소폭 줄었으며, 국내외 주식투자 확대가 여전히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박민철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 상환이 확대되고 전세 수요가 약화되면서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제2금융권으로의 대출 이동 가능성에 대해 그는 "일부 이동은 확인되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며, 전체 금융권에서도 둔화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자료에서도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1월 4조1천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는 2조6천억 원, 기타대출은 1조6천억 원 각각 증가했다.
박 차장은 향후 전망에 대해 "연말연시는 상여금 유입과 부실채권 매각 등 계절적 요인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표면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주택 거래와 연관된 기본적인 증가 압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대출은 증가 폭이 확대됐다. 11월 은행 기업대출은 6조2천억 원 증가해 전월 5조9천억 원보다 늘었다. 대기업 대출은 2조4천억 원 증가하며 전월 2천억 원 대비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은행들의 기업금융 영업 강화와 일부 기업의 시설투자 수요가 맞물린 영향이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3조8천억 원 증가해 전월 5조7천억 원보다 둔화됐다. 전월 부가가치세 납부 등 계절 요인이 해소되고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가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과 연말 북클로징을 앞둔 투자심리 위축이 겹치며 순발행이 4천억 원에 그쳤다. 은행 수신은 36조6천억 원 증가하며 큰 폭의 유입을 기록했다.
기업 결제성 자금 유입으로 수시입출식예금이 15조2천억 원 늘었고, 정기예금도 4조5천억 원 증가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9조7천억 원 증가했으나 전월 50조6천억 원에 비해 증가 규모가 크게 줄었다. 머니마켓펀드는 1천억 원 감소로 돌아섰고, 채권형 펀드는 6조3천억 원 줄며 감소세가 확대됐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