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두고 국회에서 활성화 필요성과 신중한 제도 접근론이 충돌하며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글로벌 확산 속도를 고려해 선제적 제도화로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과, 결제 효용성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론이 맞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디지털소비자연구원은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과 금융소비자보호 방안' 공동 세미나를 열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방향을 논의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나 금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한 디지털자산으로, 현재 테더(USDT)·서클(USDC)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위원회 국정과제에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신속 마련'을 제시하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을 준비 중이지만, 발행 주체 요건과 감독 권한 등에서 관계기관 간 이견이 커 정부안 제출이 지연된 상태다.
민병덕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무역 결제와 해외 송금 등 실물 경제 영역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며 "이를 정의하고 관리할 기본법 제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임병화 성균관대 교수도 "2014년 등장한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남미·아프리카에서 사실상 통화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JP모건과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기업이 속속 도입에 나서는 등 확산세가 뚜렷하다"며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금융시장의 결합, 나스닥의 토큰 거래 허용 추진, 글로벌 규제 방향의 정립 등을 주요 확산 요인으로 지목했다.
토큰화(Tokenization)가 금융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문정숙 디지털소비자연구원장은 "지진이 나는 것처럼 금융 시장 아래에서 큰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자산의 디지털 전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빈 서강대 교수는 "각국이 자국 이익 극대화에 나서는 시기인 만큼, 한국이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사이에서 산업과 기술을 연결하는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법조계 역시 글로벌 연계성을 핵심으로 꼽았다. 김효봉 변호사는 "디지털자산 시장은 본질적으로 국제적 시장이므로 국내 규제를 과도하게 강화할 경우 자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글로벌 규제와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산업과 소비자 보호 모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박사는 "이미 국내 결제 인프라가 충분한데 스테이블코인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물가 관리 측면에서 정부가 감내해야 할 부담과 소비자 분쟁 대응 방안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후발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혜택을 미끼로 과도한 마케팅을 하면 머지포인트와 다를 바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는 정식 등록 없이 '20% 할인'을 내세워 급성장했다가 불법 영업으로 중단돼 소비자 피해가 수백억 원에 달한 대표적 금융사기 사례다.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시장 변동성과 환경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의 최우선 원칙은 소비자 보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도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 이용자가 1,077만 명으로 급증했지만 시장 변동폭은 코스피의 약 세 배 수준인 72%에 달한다"며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스테이블코인 사업자에게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00% 보유 의무를 부과하고, 이용자가 언제든지 즉시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규모 상환 요청에 대비한 규제 장치와 준비금 관리 기준도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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