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국내 식품·화장품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정작 내부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긴축에 나서는 분위기다. 장기화된 내수 부진과 이커머스 중심의 소비 전환이 고착화되면서 체질 개선과 비용 효율화 압박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최근 나란히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이유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는 2020년 12월 창사 이래 첫 시행 이후 5년 만이다.
희망퇴직은 전사 지원 조직 및 오프라인 영업 조직 내 근속 15년 이상 또는 45세 이상 경력 입사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아모스프로페셔널, 오설록, 에스쁘아 등 계열사에서 적용된다.
LG생활건강 역시 지난달 말까지 뷰티 사업부 오프라인 유통 담당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만 35세 이상 재직·휴직자 모두 대상이며, 신청자는 이달 3~7일 심사 결과를 통보받고 21일 최종 퇴직한다.
이번 희망퇴직은 두 회사 모두 오프라인 중심 판매 구조가 흔들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리브영 등 H&B스토어의 시장 장악력이 강화되고, 다이소가 뷰티 카테고리까지 확장하면서 기존 유통망의 역할이 축소됐다. 여기에 각종 온라인 플랫폼으로 소비자 구매 채널이 이동하면서 현장 조직의 인력 재배치와 효율화 압박이 커졌다.
실제 실적도 호황기에 비해 부진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매출은 4조2599억원, 영업이익은 249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뷰티 호황기’로 불린 2021과 비교하면 각각 20%,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5800억원, 영업이익 46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 56.5% 감소했다.
식품업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21일까지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이다. 앞서 롯데웰푸드 역시 올해 4월 45세 이상·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내수 식음료 시장의 정체, 원가·물류비 부담, 편의점·온라인 중심의 급격한 채널 재편 등이 인력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K푸드와 K뷰티 인기로 해외 매출은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본사와 조직 운영 구조는 디지털 전환 속도를 따라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푸드·K뷰티의 글로벌 성과와 별개로, 국내 시장 경쟁 환경은 오프라인 약화·비용 증가·조직 비대화 문제가 겹쳐 있다”며 “당분간 구조 효율화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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