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은 ‘다운’ 시장은 ‘폭발’···초격변기 GLP-1 전쟁, ‘비만약 빅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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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은 ‘다운’ 시장은 ‘폭발’···초격변기 GLP-1 전쟁, ‘비만약 빅뱅’ 시작

이뉴스투데이 2025-12-11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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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파짓포토스]
[사진=디파짓포토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전례 없는 가격 인하와 규제 변화 속에서도 오히려 더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약가 인하가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제약사의 가격 전략이 요동, 세계보건기구(WHO)가 처음으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공식 권고한 것이 시장 접근성을 넓혀 결정적 ‘가속도’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미국 IRA 2차 약가 협상이 발효되면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오젬픽’ 가격은 월 959달러에서 274달러로 71% 인하됐다. 동일 계열 의약품을 보유한 일라이 릴리 역시 대응 전략을 가동했다. 릴리는 직판 플랫폼을 통해 비만약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를 최대 59%까지 낮춘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WHO의 결정을 기점으로 의료정책 환경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WHO는 GLP-1 계열을 성인 비만 환자에게 6개월 이상 장기 사용 가능하다고 첫 공식 지침을 발표했다. 안전성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조건부 권고’ 단서를 달았음에도 국제기구 차원의 첫 권고라는 점에서 의미는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국 보험 체계와 공공의료 시스템이 GLP-1을 정식 치료 옵션으로 편입할 명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GLP-1 비만약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공공의료 재정과 공급망 안정성을 고려한 ‘자국 중심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은 국민보건서비스(NHS) 재정 부담 대비를 위해 미국과 신약 가격 조정·관세 협상에 나섰고, 유럽연합(EU)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1억5000만유로 규모의 산업 펀딩을 시작했다. 미국 역시 GLP-1 계열을 포함한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15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 진입 장벽은 보험 제도의 변화로 한층 더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국내에서도 GLP-1 계열 비만약이 당뇨병 환자 보조요법용으로 건강보험 적용 대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를 통과해 약가 협상 단계에 들어갔고, 오젬픽 역시 내년 중 급여 적용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보험 적용이 환자 부담을 대폭 낮추는 만큼, 비만 치료를 질환 관리 단계로 끌어올리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많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험 접근성 확대는 비만약 시장의 ‘수요 스케일’을 완전히 바꾸는 요인”이라며 “지금까지는 일부 환자군 중심의 시장이었다면, 보험 적용 이후에는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관리하려는 광범위한 수요가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경쟁은 비만약 시장 재편의 두 번째 축으로 평가받는다.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GLP-1 계열 약물은 주사형에서 경구형·고용량 제형으로 확장 예정이다. 릴리는 ‘먹는 마운자로’로 불리는 오포글리프론을 FDA에 신속심사 대상으로 신청, 기존 2.5~10mg보다 높은 12.5mg, 15mg 고용량 마운자로도 내년 상반기 국내 도입을 앞두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역시 세마글루타이드 25mg 경구제형과 위고비 7.2mg 고용량 버전을 FDA에 신청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GLP-1 ‘초격변기’에 발맞춰 고유의 경쟁 전략을 내놓고 있다. 가장 빠르게 속도를 내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가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40주 투약에서 최대 30% 체중 감량을 기록했으며 위장관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에 지정되면서 통상 심사 기간을 25% 단축, 연내 허가 신청 후 내년 하반기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셀트리온도 기술 경쟁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전략을 택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단일·이중·삼중 작용제를 개발하는 가운데, 셀트리온은 4개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사중 작용제’ 신약을 경구제로 개발 중이다. 기존 약물이 가진 근손실 부작용 등 한계를 개선하고 체중 감량률도 2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동아에스티·HK이노엔·일동제약 등은 GLP-1 변형 약물, 패치형, 복합 기전 약물로 개발 지형을 넓히며 후발주자로서의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케어젠의 먹는 GLP-1 펩타이드, 대웅제약·라파스의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약 등 새로운 제형 기술도 등장했다. 시장은 더 이상 단일 성분·단일 기전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WHO가 지적했듯 공급망 제약과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남아 있다. GLP-1 계열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전 세계 환자 중 2030년까지 치료받을 수 있는 비율은 10%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량 생산 체계, 제네릭·바이오시밀러 허용, 가격 차등 공급 정책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가격 인하-보험 확대-기술 혁신-글로벌 재편’이라는 과정을 통해 폭발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 글로벌 제약사 임원은 “GLP-1은 당뇨 치료제에서 시작해 비만약으로 이동했고, 이제는 대사질환 전체를 재편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며 “지금의 재편 속도는 단순한 신약 출시가 아닌 산업 구조가 통째로 흔들리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비만 치료제는 단일 품목이 아닌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는 국가 전략성격을 띠기 시작했다”며 “글로벌 공급 경쟁에서 뒤처지는 국가는 의료비·산업경쟁력·기술주도권을 동시에 잃을 수 있는 만큼, 시장 판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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