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AI(인공지능)·반도체 등 첨단산업분야에 한해 금융자본의 투자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정부부처 주요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첨단산업분야 규제혁신 방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거의 다 된 것 같다"며 "대규모 초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특례 규정을 만든다는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구 부총리는 "그렇다"라고 답하면서 "금산분리(원칙)는 금융이 산업을 지배한는 것을 막는다는 것으로, 이 부분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 금융 쪽에서 지원하도록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산분리 정책은 1982년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당시 재벌 계열 금융사를 통한 계열사 부실지원과 사금고화 논란이 커지면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차단하려는 취지였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금산분리 원칙은 더 강화됐다. 외환위기에서 드러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부실기업 지원 구조가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따라 금융·산업 자본 분리를 위한 더 높은 벽이 세워졌다.
2010년대에 와서는 카카오·네이버 등 비금융 플랫폼 대기업의 금융 진출이 확대되며 규제 완화 목소리가 나왔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에서 34%까지 완화했지만 의결권 제한, 대기업집단 제외 등의 조건이 붙었다.
최근까지도 디지털 금융 확산에 따른 금산분리 완화 요구가 있었지만 대형 플랫폼이 금융을 지배할 경우 생기는 시장 독점·이해충돌 위험도 탓에 실질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들어 국가전략금융 육성, 혁신금융 패러다임 등을 통해 반도체·AI 같은 전략산업에 금융이 적극 투자하도록 산업–금융 연계 필요성 강조됨에 따라 이날 기재부가 완화 조치를 예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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