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벤처 투자 한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디지털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실제 계약과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이어지며 'K-디지털'의 저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가 11일 공개한 올해 사업 성과를 살펴보면,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거둔 실적은 고무적이다. GDIN이 올해 집중 지원한 98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은 총 5302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체결된 해외 계약 건수만 161건에 달한다.
이번 성과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거둔 수치라 더욱 의미가 깊다. GDIN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2013년부터 'ICT 창의기업 육성사업'을 전담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곳을 '유니콘의 산실'로 부른다.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센드버드와 뤼이드가 이곳을 거쳐 갔으며, 지금까지 지원받은 3300여 개 기업 중 18개사가 M&A(인수합병)나 상장을 통해 성공적으로 엑시트(투자회수)했다.
특히 올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 '로킷헬스케어'와 '노타' 역시 GDIN의 지원 사격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GDIN 지원을 받아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총 13개사로 늘어났다.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선 '맞춤형 밀착 지원'이 성과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GDIN은 올해 선정 기업들에게 해외 진출의 가장 큰 장벽인 법률, 특허, 회계, 마케팅 분야에서 1060건이 넘는 전문 컨설팅을 제공했다.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업 다리를 놓은 점도 주효했다. 보다폰(Vodafone) 그룹, 글로벌 전장 기업 아우모비오(구 콘티넨탈오토모티브) 등과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가동, 48개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의 기술 수요와 직접 매칭되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 10일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열린 '2025년 GDIN K-Global 해외 진출 지원사업 성과공유회'에서는 실제 성공 사례들이 쏟아졌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거머쥔 '에버엑스'다. 정형외과 전문의 출신 윤찬 대표가 2019년 창업한 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AI 기반 근골격계 질환 디지털 치료 솔루션을 앞세워 올해만 19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 의료 선진국 병원들과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외에도 자율주행 드론 기술의 니어스랩, AI 반도체 팹리스 리벨리온, 반려동물 생체인식 기술의 펫나우, 풀필먼트 서비스 콜로세움코퍼레이션 등 4개사가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김종갑 GDIN 대표는 성과공유회 현장에서 "K-팝과 K-푸드에 이어 이제 세계 시장은 한국의 디지털 기술, 즉 'K-Digital'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해외 기술 수요 발굴과 지원 역량을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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