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동원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인수를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 당장 인수 의사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포스코그룹과 함께 2파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재계 10위권과 50위권 기업의 대결이지만, ‘M&A(인수·합병) 강자’로 통하는 동원의 저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동원은 HMM 인수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내부 담당자를 통해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이 2023년 1차 인수전 당시 높은 관심을 보였던 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더욱 면밀하게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동원이 HMM 인수에 꾸준한 관심을 보인 배경에는 김 명예회장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된다. 원양어선 선장으로 사업을 시작한 김 명예회장은 ‘바다에서 시작한 기업’을 동원 철학으로 앞세워 해운업 진출을 마지막 과업으로 삼았다. HMM 인수는 그의 말처럼 ‘꿈의 정점’인 셈이다.
동원 관계자는 “HMM 매각 관련 소식이 들려오면서 명예회장께서 상황을 확인해 보라는 차원으로 말씀하셨고, 각 담당자가 시장 흐름이나 분위기를 스터디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자금 조달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35.42%의 HMM 지분 가치가 최대 10조원까지 예상되고 있는데다 동원과 경쟁구도를 형성한 포스코의 가장 큰 무기가 자금력이라는 점에서 동원의 자금 동원력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자금 동원력만 보면 포스코의 확연한 우위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약 7조1688억원, 동원산업은 4934억원으로 집계된다.
동원의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보유 지분이나 자산을 일부 매각하거나 회사채 발행, 외부 투자자와의 컨소시엄 구성 등 복합적 조달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1차 인수전 당시에도 6조2000억원의 매각가를 제시했던 만큼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충분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동원의 경쟁력은 풍부한 M&A 경험이다. 과감한 M&A를 통해 기업 체질을 강화하며 ‘실패 없는 M&A’의 역사를 썼다. 2008년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인 스타키스트를 3억63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적자 기업이었던 스타키스트는 인수 반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M&A 원칙은 인수기업과 피인수 기업이 시너지를 창출하되 사업 영역이 겹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동원이 HMM 인수에 성공하면 수산·식품·물류·항만 등 기존 사업을 연결하며 종합 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문제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해운 불황이 닥칠 경우 재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업은 글로벌 경기와 운임 시황에 따라 실적이 요동친다. 전쟁 특수 종료, 선박 공급 과잉, 물동량 감소 등으로 해상 운임 지수는 꾸준한 하락세다. 실제로 올해 3분기 HMM의 영업이익은 29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9% 감소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HMM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장 흐름을 확인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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