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환율과 경기 침체로 인해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N차 신상' 열풍이 부는 가운데, 일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이 한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글로벌 AI 직구·역직구 플랫폼 '사줘(SAZO)'가 일본의 '메루카리'와 국내 유통 및 마케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파트너십은 단순한 상품 연동을 넘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해외 중고 거래의 신뢰성 문제와 복잡한 통관 절차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사줘가 도입한 방식은 메루카리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직접 연동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은 메루카리에 올라오는 일본 현지의 실시간 제품 정보를 한국어로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구매대행업체를 통하거나 번역기를 돌려가며 알음알음 구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오픈마켓을 이용하는 수준의 접근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눈여겨볼 대목은 '신뢰도' 확보 전략이다. 개인 간 거래(C2C) 특성상 제품 상태나 가품 여부는 해외 직구족에게 가장 큰 진입 장벽이었다. 사줘 측은 일본 현지 물류 센터에서 제품을 검수 후 발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리스크를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설립한 한국 지사를 통해 한국인 상담원을 배치하고, 고객 피드백을 분석해 파트너사에 제공하는 등 CS(고객지원) 체계도 정비했다.
파트너사인 메루카리는 2013년 론칭 이후 '일본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며 급성장한 플랫폼이다. 특히 명품, 브랜드 의류, 시계, 주얼리 등 패션 카테고리에서 방대한 매물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패션 피플 사이에서도 이미 입소문이 난 상태다. 메루카리는 2019년부터 해외 이용자 거래를 허용하며 글로벌 확장을 꾀해왔는데, 이번 사줘와의 협력으로 한국 시장 내 영향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사줘를 이끄는 길마로 대표는 이번 계약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길 대표는 "노하우 부족과 현지 마케팅의 어려움으로 해외 진출을 주저하는 커머스 기업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메루카리와의 협업을 계기로 더 많은 기업이 크로스보더 커머스 생태계에 합류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사줘는 단순한 중고 거래 중개를 넘어 '기술 기반'의 플랫폼을 지향한다. 일본 나고야에 본사를 둔 사줘는 지난해 한국 직구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는 양방향 크로스보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통관 수수료, 관세, 배송비 등 복잡한 추가 비용을 자동 계산해 보여주는 기능은 기존 직구 플랫폼들이 해결하지 못한 '깜깜이 비용' 문제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본에서 총 7억 8천만 엔(한화 약 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한편, 양사는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기념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전개한다. 12월 한 달간 사줘 앱 내에서 메루카리 제품을 5만 원 이상 결제할 경우, 횟수 제한 없이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한다.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직구족의 부담을 덜어 초기 이용자를 대거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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